"낮은 탄소감축 목표 기본권 침해"vs"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

■헌재, 정부 기후위기대책 헌법소원 심판
국내 첫 기후 소송, 청구 4년만 공개변론
청구인 "미래세대에 책임 전가하는 법 위헌"
정부 "감축 목표치 보다 탄소중립 위한 이행 계획도 중요"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국내 최초로 제기된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재개했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국제 기준에 미달해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계획을 이행하고 있어 기본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을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가 올 2월 4건의 기후소송을 병합하면서 청구인은 청소년 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 행동' 회원을 포함한 시민 총 255명이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변론 시작에 앞서 "기후소송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됐고,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며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재판부도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변론은 양측 대리인이 청구 요지 및 주장을 발표하고 재판관의 질의에 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후 양 측이 각 추천한 참고인의 발언이 진행됐다.


청구인 측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를 인용해 "대한민국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2023년 연간 전체 발전량 대비 기술적 잠재량은 14배에 달한다"라며 국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특성상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정부의 온실 감축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2030년 이후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도 불투명해 결국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도 짚었다. 지난해 8월 23일 국가인권위는 헌재에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낮아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 등에 대한 '위헌'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반면 정부 측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해왔고 2050년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파리협정의 주요 원칙은 자발적 목표 설정이기 때문에 타 국가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기본권 침해 주장과 관련해선 당장 기후 변화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과소보호원칙을 위반하거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복했다.


이어 복수의 재판관은 정부 측에 탄소중립기본법 내 감축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짚으며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부 재판관은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한 통계에 순배출량과, 총배출량이 혼재되어 있어 일부 '착시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석유화학, 반도체 등 한국의 산업구조상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로 당장 40% 이상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가고 있다"고 답했으나, 일부 방청객이 야유하면서 법정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이후 추가로 변론기일을 지정해 심리를 이어간다. 다음 변론기일에서는 추가 참고인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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