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점진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주택금융 중 주택담보대출만 DSR에 포함되는데 주택시장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가계부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려면 주담대 이외의 주택금융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 건전성 관리를 위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은 주택시장 여건과 주택금융에 의해 결정되는데 주담대 이외에 DSR 규제를 적용받는 주택금융이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886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연평균 6.7% 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신규 대출 기준으로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대출은 약 25%에 불과하다. 박 실장의 주장대로 주담대 이외의 주택금융이 DSR에 적용되지 않아 대출 규제에서 빠지게 되고 이런 대출이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박 실장은 주담대가 아닌 주택금융에 대해서도 DSR 적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련 규제는 경기 여건에 따른 재량적 운용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운용이 중요하다”며 “전세자금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주택금융을 점진적으로 DSR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여건 변화의 대응 수단으로 대출 규제를 활용하는 것에는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박 실장은 “대출 규제 완화는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대출 규제 강화는 소급 적용되지 않고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시행된다”며 “대출 규제는 경기 여건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특성으로 지목했으며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증가할 때 부채가 있는 차주의 소비는 평균 0.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이 커질수록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LTI 수준 관리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