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총선 이후로 미룬 전기료·가스료 같은 공공요금 조정과 관련해 당분간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를 넘는 고물가로 인해 공공요금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가스·난방비는 5~6월 중 인상 폭을 검토해 7월부터 시행하고 전기요금은 여름이 끝나는 9월에야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다음 달 1일 예정인 도시가스 도매 공급 비용 조정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매 공급 비용은 도시가스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로 매년 5월 1일이 정례 조정일이다. 또 다른 구성 항목인 연료비는 짝수 달에 재산정해 홀수 달에 조정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5월 MJ(메가줄)당 1.04원 인상 이후 1년간 가스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금 원가 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이후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44.1% 인상됐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공사가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매할 위험성은 사라졌다. 한전은 올 1분기 2조 5000억 원, 연간 10조 원 규모의 대규모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의 늪에서 벗어나는 만큼 급하게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평가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늦출 경우 한전의 부실화가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00조 원이 넘는 만큼 요금 인상을 통해 재정 건전화가 이뤄져야 송배전망 증설 등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철도요금 역시 2%대 물가에 안착하는 하반기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은 현재 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새마을호·KTX 등 주요 열차의 간선 운임이 13년째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부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코레일은 441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도 3969억 원보다 적자 폭이 446억 원 늘었다. 부채가 20조 원이 넘다 보니 한 해 이자 비용만 4745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해 구체적인 인상률이 오가는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며 “물가 등을 고려해 최적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