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1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하면서 경기 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정도인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 대내외 중대한 여건 변화나 발생 우려 △법령에 따른 국가 지급 지출 증가 등으로 추경 요건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야당에서 요구하는 추경 명분은 경제위기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16~2018년 추경 당시에는 일자리 창출, 2019년에는 미세먼지 저감과 민생경제 지원이 추경 사유였다. 2020~2022년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여덟 차례에 걸쳐 추경이 이뤄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을 편성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재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는 “국내 경제는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 흐름과 높은 수준의 고용률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게 재정의 역할”이라며 추경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금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추경을 집행하면 공공 부문 소비가 늘기 때문에 총생산은 확대되겠지만 이로 인해 물가 압력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법인세 납부가 올해 없을 수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이 경우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전 국민이 25만 원씩 나눠 갖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계속해서 유류세 인하 연장을 하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의미는 주장도 있다. 기재부는 자동차 소비 급감에 노후 차량 교체 시 개별소비세를 70% 한시 인하하는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원칙론을 들어 반대만 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나서 정부 측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25만 원과 같은 보편 지급 대신 선별 지급을 관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을 주장하는 야당과 대통령이 만나는 것 자체가 제로였던 추경 가능성이 어떤 식으로든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