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붉은 망토’ 걸치는 자, KLPGA 전설이 된다

46회 KLPGA 챔피언십 25일 양주서 개막
1978년 출범 국내여자골프 가장 오랜 역사
이다연, 이예원, 박현경 등 톱 랭커 총 출동
다양한 이벤트와 KLPGA 히스토리홀 운영

붉은 색이 인상적인 KLPGA 챔피언십 우승 재킷. 어깨에 망토를 덧댄 케이프 재킷 스타일이다. 케이프는 날개 느낌을 형상화한 것이다. KLPGA의 역사가 되려는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선수들에게 비상하는 날개를 달아준다는 의미다. 강렬한 레드는 최고가 되겠다는 선수들의 열정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 제공=크리스에프앤씨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챔피언십은 우리나라 여자 골프의 뿌리와 같은 대회다.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대회가 열리는 레이크우드CC는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퍼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골프패션 전문기업인 크리스에프앤씨가 공동 주최사로 참여하면서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던 이 대회는 화려함까지 입었다.

프로 선수들은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잡는다. 기왕이면 규모가 크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으면 한다. KLPGA 투어는 5개의 메이저 대회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대회가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이다. 올해 46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 코스에서 열린다. KLPGA의 뿌리이면서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 이번 대회에 대해 살펴본다.



KLPGA 1기 회원. 안종현(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명현, 강춘자, 구옥희. 사진 제공=KLPGA

따스한 봄날 탄생한 4명의 ‘아가씨 프로’

1978년의 5월의 따스한 봄날, 한국 골프에 새로운 네 송이의 꽃이 피었다.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퍼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전까지 한국 땅에 프로 골퍼는 남자밖에 없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1975년 11월 이사회를 통해 여자 프로 골퍼를 육성해 선발하기로 했는데, 그 결과가 1978년 5월 25일과 26일 이틀간 경기 양주의 로얄CC(현 레이크우드)에서 열린 여자프로 선발전이다. 13명이 응시해 4명이 합격했다. 강춘자는 한명현, 구옥희와 동타를 이루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가장 좋은 성적(155타)을 냈다. 성적순에 따라 강춘자가 회원번호 1번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 뒤를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이 이었다.


당시 한 신문은 “프로골프협회(PGA)의 테스트 경기에서 뽑힌 아가씨 프로들의 이름은 강춘자, 구옥희, 한명현, 그리고 안종현 양”이라고 소개하고 “각각 2~4년씩 수련을 쌓은 끝에 대망의 프로 등용문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강춘자 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대표는 “테스트를 1등으로 통과했던 그날 날씨가 참 좋았다”고 오래된 기억을 되살렸다.


그해 8월, KPGA 내에 여자프로부가 신설됐다. 9월 20일 한양CC에서는 국내 최초의 여자프로골프 대회인 ‘KLPGA 선수권(현 KLPGA 챔피언십)’이 개최됐다. 남자 대회 안에 여자부가 신설된 형식이었지만 최초의 공식 여자프로골프 대회라는 점에서 한국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KLPGA 챔피언십 초대 우승자 한명현. 사진 제공=KLPGA

KLPGA의 역사와 함께한 역대 챔피언들

국내 여자프로골프 대회의 스타트를 끊은 KLPGA 챔피언십은 이후 1989년 딱 한 해만 빼고 꾸준히 열렸다. 올해로 46회째를 맞는다.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 여자오픈(올해 38회)보다 역사가 훨씬 길다. 첫 해 6명이 참가했는데 46년이 지난 올해에는 130여 명이 출전한다. 첫해 20만 원 안팎이었던 총상금은 이제 13억 원이다.


KLPGA 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45회를 치르는 동안 총 34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첫 대회에서는 한명현이 나흘 동안 29오버파 317타를 친 끝에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2대 챔피언 안종현에 이어 구옥희는 1980년부터 1982년까지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구옥희의 이 대회 3년 연속 우승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KLPGA 투어 단일 대회 최다 연속 우승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이 대회 최다 우승자는 고우순(4승)이다. 그는 1990·1992·1994·1996년 등 2년마다 우승해 화제를 만들어냈다. 고우순의 4승은 KLPGA 투어 단일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이 대회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김순미는 고우순의 대항마였다. 김순미는 1988·1991·1993년에 우승했다. 둘이서 6차례(1989년은 미개최)의 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트로피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레전드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세대가 도약한 2000년대 들어서는 배경은, 전미정, 김영, 이지영, 최나연, 신지애 등 한국여자골프의 성장기를 이끈 선수들이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김세영, 백규정, 안신애, 배선우, 장하나, 최혜진, 박현경, 김아림, 이다연 등이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의 중흥기를 함께하고 있다.



KLPGA 챔피언십 역대 주요 기록

최고의 전통에 화려한 의상을 더한 크리스에프앤씨

핑, 팬텀,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 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링스, 하이드로겐, 마무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크리스에프엔씨는 골프웨어 전문기업으로 국내 골프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2016년부터 팬텀 클래식을 개최하며 KLPGA 투어와 인연을 맺었고, 2018년부터는 KLPGA 챔피언십의 공동 주최사로 동행을 시작했다. 당시 크리스에프앤씨의 창립 20주년과 KLPGA 챔피언십 40주년이 맞물려 의미를 더했다.


크리스에프엔씨 측은 “국내 골프 패션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서 한국 최고 권위와 역사를 가진 KLPGA 챔피언십의 위상을 단단히 세우고, 선수와 골프 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축제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크리스에프앤씨는 2018년 총상금을 10억 원으로 종전보다 2억 원 증액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2억 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13억 원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여자 골프선수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이가영, 현세린, 고은혜, 서연정(이상 팬텀), 이다연, 박보겸, 박혜준(이상 핑), 박현경, 이예원, 안지현(이상 파리게이츠), 이수진, 황정미, 윤이나, 유현조(이상 마스터바니 에디션), 김지현, 유효주, 허다빈(이상 세인트앤드류스) 등에게 의류 지원을 하고 있다.


KLPGA 챔피언십의 우승 재킷은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예쁘다”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 전문기업이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우승 재킷에 그만큼 공을 들인 것이다. 다른 대회 우승 재킷과의 차별화를 위해 남다른 포인트를 담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탄생한 디자인이 어깨에 망토를 덧댄 케이프 재킷 스타일이다. 케이프는 날개 느낌을 형상화한 것이다. 역사가 되려는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선수들에게 비상하는 날개를 달아준다는 의미다. 강렬한 레드는 최고가 되겠다는 선수들의 열정을 표현한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사진 제공=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의 ‘붙박이 코스’ 된 레이크우드

한국여자프로골프가 탄생한 레이크우드는 이제 KLPGA 챔피언십의 ‘붙박이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이 대회를 치렀던 레이크우드가 2022년 7월 “계속해서 대회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해부터 KLPGA 챔피언십 개최 코스로 복귀했다. 레이크우드CC 측은 당시 “KLPGA 투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무수히 배출했다.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고, 세계 최고가 되려는 열망이 가득하다”며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미래와 혁신을 추구하는 점에서 KLPGA와 레이크우드는 닮았다. KLPGA 챔피언십이 역사와 전통, 권위에 걸맞은 코스에서 열려야 한다면 레이크우드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1972년 로얄CC로 개장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레이크우드도 혁신을 거듭해온 곳이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36홀을 앉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가 치러지는 곳은 숲길과 산길 코스다. 전략적인 연못 배치를 통해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티샷 랜딩 지점에는 난도 높은 벙커를 배치해 정확성을 테스트하는 등 샷 가치에 대한 변별력이 뛰어나다.


신개념 골프 연습장인 ‘어반 레인지’는 레이크우드의 자랑 중 하나다. 최신식 타석을 비롯해 프라이빗 연습 공간인 VIP 레인지, 호텔 시설 뺨치는 라운지, 다양한 연회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스윙 분석실, 쇼트 게임장,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극복한 전 세계 최초의 골프 대회

KLPGA 챔피언십은 코로나19의 광풍이 매섭게 몰아치던 2020년 전 세계 주요 골프리그 중 처음으로 재개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해외 주요 매체들은 “여자골프 강국인 한국에서 세계 톱 랭커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열리게 됐다”며 주목했고, KLPGA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코로나19를 극복한 최초의 골프 대회라는 명예를 얻었다.


대회 주최 측의 세심하고 꼼꼼한 지원은 완벽한 방역의 모범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출전 선수 상호간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의 타석을 하나씩 비웠고, 선수 휴게 공간 입구에는 워크스루(Walk through) 특수 살균 시설을 마련했다. 열화상 카메라로는 발열 상태를 확인했고, 모든 동선에는 손소독제와 소독 티슈 등을 비치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자신감을 얻은 KLPGA는 이후 다른 대회도 하나둘 열면서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여자골프가 실력뿐 아니라 대회 운영 면에서도 세계적 수준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이다연. 사진 제공=KLPGA

‘작은 거인’ 이다연의 역사를 위한 도전

올해 대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다연의 대회 2연패 여부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는 구옥희(1980~1982년)와 박현경(2020~2021년) 딱 두 명 밖에 없다.


올해는 기대가 남다르다. 도전의 주인공이 ‘작은 거인’ 이다연이기 때문이다. 이다연은 통산 8승 중 3승을 메이저로 채웠을 만큼 큰판에 유독 강하다. 2019년 한국 여자오픈, 2021년 한화클래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이다연은 지난해 부상 복귀 네 번째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이다연은 그동안 KLPGA 챔피언십에 8차례나 출전해 경험도 풍부하다.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세 차례 입상했고, 범위를 상위 20위 안으로 넓히면 다섯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동계 전지훈련을 통해 쇼트 게임을 한층 보강한 이다연은 올해도 메이저 왕관을 차지해 KLPG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이 대회의 슬로건도 ‘아름다운 도전은 역사가 된다’이다.



파리게이츠 모델로 발탁된 박현경(왼쪽)과 이예원. 사진 제공=크리스에프앤씨

“Join the PG”이예원과 박현경의 즐거운 ‘축배’

지난해 상금, 대상(MVP), 평균타수 1위 등을 차지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던 이예원은 올 시즌도 상큼하게 시작했다. 두 번째 출전 대회인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이예원은 KLPGA 챔피언십 역대 성적도 뛰어나다. 2022년 공동 6위, 2023년에는 단독 6위를 했다. 샷 감각이 무르익은 올해를 국내 최고 대회 트로피를 차지할 적기로 삼을 만하다.


현역 선수 중 이 대회 최고 스타는 박현경이다. 2020년과 2021년 2연패를 포함해 지금까지 다섯 차례 출전해 한 번도 2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박현경은 평소 “KLPGA 챔피언십은 가장 좋아하는 대회이자 의미 있는 대회다.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생애 첫 우승을 했던 코스여서 더욱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박현경과 이예원은 크리스에프앤씨의 럭셔리 영 골프웨어 파리게이츠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올해 론칭 35주년을 맞은 파리게이츠는 ‘Join the PG’라는 메시지와 함께 박현경과 이예원이 샴페인 잔을 부딪치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파티를 즐기는 콘셉트의 유쾌한 CF를 선보이고 있다.



윤이나. 사진 제공=KLPGA

‘장타 퀸’을 놓고 벌이는 진검승부

올해 장타 퀸을 놓고 경쟁을 벌일 윤이나와 방신실에게 KLPGA 챔피언십의 무대인 레이크우드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이다. 먼저 ‘장타 여왕’ 윤이나에게 레이크우드는 생애 첫 우승을 일군 달콤한 기억이 있는 코스다. 그는 2022년 7월 이곳에서 열린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나흘 합계 20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윤이나는 특히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더불어 316야드의 초장타를 날리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방신실은 지난해 KLPGA 챔피언십에서 정규 투어 첫 데뷔전을 가진 인연이 있다. 2022년 시드전에서 40위에 그친 바람에 출전 순번에서 밀렸던 방신실은 드림(2부) 투어에 나서다 비로소 KLPGA 챔피언십 때 기회를 잡았다. 그는 첫날부터 버디 쇼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방신실은 아쉽게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공동 4위에 올랐고, KLPGA 투어에는 곧이어 ‘방신실 신드롬’이 거세게 일었다. 윤이나는 달콤한 기억이 있는 레이크우드에서 다시 한 번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이고, 방신실 역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장소에서 누가 진정한 ‘장타 퀸’인지 겨뤄보겠다는 태세다.



크리스패션 시그니처 홀. 사진 제공=크리스에프앤씨

갤러리와 호흡하는 축제의 장

대회장을 찾는 수많은 관람객을 위해 주최사인 크리스에프앤씨와 KLPGA는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유료 갤러리들에게 우산, 모자, 물 등을 제공하고 핑 클럽 풀세트와 핑 G430 맥스 드라이버 등 다양한 경품이 걸린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 기업답게 대회장 곳곳에는 브랜드 시그니처 홀을 운영한다. 크리스에프앤씨가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의 콘셉트로 꾸며진 홀들은 각각의 특색에 맞게 티잉 구역 주변이 꾸며진다. KLPGA 히스토리 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KLPGA의 역사를 ‘창조’ ‘성장’ ‘비상’으로 나눠 홀 배너를 통해 소개한다. KLPGA 홍보모델 선수들과 팬이 만나는 라이브 팬 미팅과 팬 사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역대 우승자들도 대회장을 찾아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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