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스타트업의 대표 주자인 뤼튼테크놀로지스와 업스테이지는 상반기 중 각각 현지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과 AI 모델을 선보인다. 거대언어모델(LLM) 올인원 솔루션 기업인인 올거나이즈는 내년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비전 AI 솔루션 기업 슈퍼브에이아이도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을 펴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앞으로 AI를 포함한 일본 IT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AI 서비스 플랫폼 기업 뤼튼은 내달 중으로 일본어 버전의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뤼튼은 지난해 5월 오픈AI 등의 LLM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 웹 버전을 베타 형식으로 현지에 제공하고 있었는데 앱까지 내놓는 것이다. 뤼튼은 이번 앱 출시를 계기로 일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초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자문단을 구성해 일본 진출을 체계적으로 대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김태호 뤼튼 재팬 이사는 “일본 이용자들의 앱 관련 니즈가 확인됐다”며 “일본 시장 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튼은 올해 일본에서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 10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최근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회사) 반열에 오른 업스테이지는 미국에 이어 일본 시장에도 진출한다. 경량 언어모델(SLM) ‘솔라’ 일본어 버전의 개발을 내달 중으로 마치고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와 아마존웹서비스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솔라의 사업성과 기술적 역량을 이미 입증한만큼 현지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올해 1분기 100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확보해 이미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올거나이즈는 내년 하반기 일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현지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2년 8월 본사 기능을 미국 휴스턴에서 일본 도쿄로 이전했다. 노무라증권, 유통사 이온그룹, 화장품사 까오, 이동통신사 KDDI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고객사다. LLM 기반의 앱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올인원(All in one)’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의 AI 앱마켓도 현지 기업들의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브에이아이도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한 후 1년 만에 현지 철강·제조기업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철강기업에 머신러닝 데이터 관리 플랫폼 ‘슈퍼브 플랫폼’을 제공해 AI 모델 개발 프로세스 자동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AI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컴퓨터 정비 사업을 하는 KDDI와 사쿠라 인터넷 등 5개 기업에 총 725억 엔(약 647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본 데이터센터 확충에 2년간 29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를 쏟아 붓는다.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올해부터 10년 간 현지 인프라 구축에 8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아마존도 2027년까지 2조 2600억 엔(20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챗GPT 열풍을 일으킨 오픈AI는 첫 아시아 거점으로 일본을 택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처럼 빅테크들의 잇따른 투자와 1억 2000만 명 수준의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일본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일본 AI 시장 규모가 연 평균 28.5% 성장해 2030년 365억 2000만 달러(50조 87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이 있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들이 아시아 거점으로 삼을만큼 성장 잠재력이 있어 AI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