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강 덤핑 공세에 시장 붕괴 위기…각국 덤핑 관세로 대응

자국 내 철강 수요가 줄자 해외로 밀어내기
美 대신 제3국 수출량 늘리며 33% 급증

체코 최대의 제철소인 리버티오스트라바가 철강 시장 위기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근로자들이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산 철강의 덤핑 공세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이 경기 침체로 남아도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면서 전 세계 철강 업계가 붕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은 물론 주요국들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2~12월 중국산 철강 수출은 9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전체 미국 철강 소비량을 초과하는 규모다. 중국산 철강 수출의 급증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자국 내 철강 수요가 붕괴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프레드릭 노이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내 부동산 시장의 연간 철강 수요는 전 세계 철강 수요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공급과잉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22년 대비 약 3% 증가한 12억 톤을 기록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8년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하는 ‘철강 232조’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2018년 미국에 120만 톤의 철강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에는 81만 5000톤으로 수출량이 32% 급감했다. 대신 과잉생산된 중국산 철강은 브라질과 베트남·인도·영국·필리핀·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로 팔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인도 철강 수출은 3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84%나 폭증했고 베트남 수출은 전년 대비 78% 늘어난 1000만 톤이었다. 브라질(55%), 튀르키예(58%), 멕시코(14%)로의 철강 수출량도 크게 증가했다.


중국이 남아도는 철강을 싼값에 해외로 밀어내면서 ‘차이나 쇼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최근 브라질에서는 중국의 철강 덤핑 공세로 철강사 아르셀로미탈 공장에서 2000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브라질 철강 업체들은 현지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입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 당국이 올 3월 중국산 탄소 강판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멕시코는 중국산 강철못에 대한 조사를, 베트남과 영국은 중국산 강철 밧줄, 필리핀은 중국산 강철 실린더에 대한 덤핑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칠레 역시 최근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철강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하는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세 배 이상 인상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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