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미·일 관계와 북한·중국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아소 총재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이번 미국 방문을 추진했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소 부총재는 이날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구에서 아소 부총재를 영접한 뒤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며 “일본과 미국, 그리고 많은 다른 일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를 만나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귀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다. 신조, 우리는 신조를 사랑한다”며 고인이 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회상했다. 아소 부총재는 아베 총리 재임 때 부총리를 지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트럼프와 개인적인 친분을 다졌고, 이때 아소 부총재는 두 정상의 골프 회동에 참석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에 ‘트럼프가 기억하는 일본 정치인은 아베와 아소’라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약 한 시간 가량 회동 뒤 낸 성명에서 “두 사람은 미·일 동맹이 인도·태평양에서 양국의 물리적·경제적 안보과 안정에 지속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북한의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도 높이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1월에도 뉴욕을 방문해 물밑에서 트럼프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엔 공화당 대선 경선 일정 때문에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아소 부총재 측은 ‘만나기 위해 왔었다는 것을 트럼프 측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향후 면담 실연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연일 법원에 출석하느라 심신이 지쳤을 가능성이 큼에도 시간을 내 아소 부총재를 만났다.
한편,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며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일본으로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바이든·트럼프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양다리 외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아소 부총재의 방미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어떻게 되고 있는 거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미국 정부로서는) ‘바이든이 그렇게까지 환대해줬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방문 및 면담이 바이든 정권으로부터의 반감을 초래한다는 것은 물론, 트럼프의 장기인 ‘딜(deal) 외교’에 일본이 빨리 말려 들어가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도 “아직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트럼프에게서 숙제만 많이 받아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일본 정부는 이번 방문이 정부 관여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이날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의원 활동으로 정부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개인 입장의 활동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