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성 선택 제한" 낙태권 논쟁 재점화

■트럼프 자택 있는 플로리다 찾아
"극단적 낙태금지법 발효" 비판
21개주 사실상 낙태 금지 상태
격전지·열세지서 이슈화하며
진보·여성 등 표심 결집 시도



11월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낙태 금지 문제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재편된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주(州)별로 낙태 규정을 달리하면서 진영 간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낙태금지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민주당은 낙태권을 쟁점화해 여성과 중도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주를 찾아 “미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낙태금지법 중 하나가 이곳에서 발효될 예정”이라며 “이 악몽에 책임 있는 단 한 사람은 바로 트럼프로, 그는 이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자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로리다는 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범죄나 긴급 의료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닌 경우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여성이 임신했는지 알기도 전에 생식 보건(임신 중지)을 범죄로 만드는 것”이라며 “플로리다의 400만 여성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를 헌법상 인정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2022년 뒤집힌 후 미국 전역에서 낙태권이 위기에 몰렸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까지 미국 50개 주 가운데 21개 주가 사실상 낙태를 금지한 상태다. 앨라배마·텍사스 등 14개 주는 낙태를 전면 금지했으며 나머지는 6~18주의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애리조나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플로리다와 함께 낙태권 찬반 대립이 가장 첨예한 곳으로 꼽힌다. 애리조나 대법원은 9일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 낙태를 모두 금지하는 과거 주법을 되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낙태) 제한 상태에 놓였다”며 “낙태 문제를 주에 맡겨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틀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선에 성공하면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합지는 물론 열세 지역에서도 유리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는 낙태권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낙태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3개 주가 11월 대선에 맞춰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외 8개 주도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소셜미디어상에서 최근 낙태 경험과 방법을 공유하는 콘텐츠의 수가 폭증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낙태는 유권자들이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더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이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낙태권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낙태 문제와 관련해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일”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약 발표 때는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등 해당 이슈와 관련한 발언을 피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과 안보 등의 분야에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낙태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고 입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