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마트 새벽배송 제한 푼다

'영업규제 완화' 조례 市 상임위 통과
자치구 협의로 휴업일 변경 '물꼬'
쿠팡 등 e커머스와 공정 경쟁 가능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영업시간 제한과 공휴일 의무휴업을 완화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대형마트들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e커머스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자치구가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데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24일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이 발의한 ‘서울시 유통업 상생 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 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월 2회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이해 당사자와의 협의를 거쳐 주중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시간 제한 완화로 새벽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시 자치구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대해 월 2회 공휴일 휴업,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제한을 실시해왔다.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와 영세 소상공인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이 기간 쿠팡, 컬리 등 e커머스 업체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새벽배송을 통해 덩치를 키우며 유통시장 주도권을 쥐게 되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도 기초단체들은 인근 소상공인과의 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주중으로 바꾸고 새벽배송 제한을 풀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시가 조례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 자치구의 운신의 폭은 커진다.


이번 조례 통과를 계기로 서울 자치구들은 대형마트 규제 해소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서초구는 이미 올해 1월 소상공인과의 협의를 거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으며, 다른 일부 자치구들도 휴업일 변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이 30%가 늘었다고 답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번 조례안은 특히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옮기는 것 외에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지 않으면 쿠팡, 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영원히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현재는 대형마트 새벽 배송이 자정에서 오전 10시로 돼 있으나, 조례안은 이를 오전 10시보다 빨리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자치구청장의 결정에 따라 사실상 새벽 배송 제한을 없앨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김지향 서울시의원은 “지난 4년 동안 약 22곳의 대형마트가 폐점하면서 청년, 여성 등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고, 폐점 마트 주변의 상권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 소상공인과 대형 유통자본이 상생·공존할 수 있고, e커머스 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과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e커머스와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만 했던 대형마트가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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