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어도어 갈등 장기화 우려… K팝 산업·아티스트·팬덤까지 상처만 더 커진다

30일 이사회 소집 요구 거부 예상
경영권 분쟁 길어지면 이미지 타격
뉴진스·아일릿 등 활동에도 피해
팬들간 온라인 갈등도 심화될 듯
민 대표, 하이브 질의서엔 답변

걸그룹 뉴진스. 사진 제공=어도어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와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경영권 갈등이 결국 법정 공방에서 승패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 어도어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가뜩이나 위기론에 직면한 K팝 산업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중문화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측에 이달 30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앞서 하이브는 24일 시한으로 어도어의 정보 유출, 경영권 탈취 모의 등 사실 관계를 묻는 감사 질의서를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경영진에게 보냈다. 민 대표는 답변 마감 시한인 이날 하이브에 감사 질의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답변 내용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외부에 공개할 시 법률적 조치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민 대표는 그 동안 이번 사건을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고 규정하고 “모방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경영권 탈취와 관련한 사실을 부인해왔다.


업계에서는 어도어 측이 감사 질의서에 답변을 했지만 하이브가 요구한 30일 이사회 소집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도어의 이사진이 부대표 L씨를 포함해 3인 모두 민 대표 측 인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30일 이사회 개최가 무산될 경우 감사 권한을 통해 이사회를 직권 소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마저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경우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분쟁은 지난해 피프티피프티 사태처럼 결국 법원에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개최 신청을 할 경우 법원 판단은 길면 2개월여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현재 양측이 맞부딪히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소송전이 열리고 상급심까지 가게 되면 분쟁이 끝나는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문화계에서는 그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힘겹게 구축된 K팝 산업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K팝 최고의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뉴진스의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직 어린 나이인 멤버들이 불안해 할 수 있고, 외부 활동도 줄어들 수 있다. 최근 데뷔한 아일릿은 민희진 대표의 ‘카피캣’ 주장으로 사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꼬리표를 달게 됐다. 데뷔곡만 나온 완전 신인이 처음부터 피해를 입고 아티스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팬덤도 상처받는다. 분쟁이 이어지면서 K팝 팬덤도 분열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민 대표를 지지하는 팬들과 하이브 측을 지지하는 세력은 온라인 등지에서 계속해 다툼을 벌이고 있다. K팝에 대한 글로벌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팝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음악에 담는 것으로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어 왔다”며 “아티스트들과 회사가 긴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 K팝의 대외 이미지를 훼손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브 주가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뉴진스의 5월 컴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향후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이브의 영업이익 중 10% 규모를 어도어의 기여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쟁이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는 하이브 주가의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주주들의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분쟁 발생 후 8500억 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하이브의 실적 자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다수의 음반 제작·유통 회사)’ 시스템에 대한 시장 신뢰 추락은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관한 신뢰 재건,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이탈·반목 등 인적 자원 리스크 해소 등을 하이브의 장기 과제로 지적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멀티 레이블의 확장성과 존재 가치에 대해 처음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걸그룹 아일릿. 사진 제공=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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