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립 기어 사라진 민주당

박예나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단일 체제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확보한 범야권 192석이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원내 1당이 배출하게 될 입법부 수장 후보들의 발언부터 달라졌다. 국회의장의 핵심 덕목인 중립성은 사라지고 “기계적 중립은 안 된다”는 강경 목소리만 여의도를 뒤덮고 있다.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서라면 민주당 독주 체제로 국회를 운영해도 ‘문제 없다’는 식이다.


국회법은 의장이 재직 중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당 대표나 강경파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적으로 입법부를 운영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의장 후보들은 친정의 당심에 올라탄 입법 독주를 당연시 하고 있다. 선명한 대여(對與) 투쟁이 명분이다. 일부 국회의장 후보는 민주당 출신 전직 의장을 향해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그 후보는 이 대표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의장 경선의 평가 지표가 ‘명심(明心)’이 된 것이다. 누가 더 이 대표와 호흡을 잘 맞추냐, 이 대표의 의중이 어딨느냐가 차기 국회의장의 역량이 됐다. 국회의원 당선인 중 친명계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표심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후보들 입에서 “명심은 당연히 나”라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6선이 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5선에 오른 정성호 의원 등 정치만 20년 넘게 한 중진인데도 그렇다.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중진 의원들의 ‘명심 경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면 22대 국회는 뻔하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대립 구도의 재연이다. 다수당 견제를 위해 법제사법위원장을 원내 2당이 맡는 관례도 깨지게 생겼다. 강경파 국회의장은 원 구성 협상에서 한쪽 편만 들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 내 ‘쓴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전례가 없는 당대표 연임 움직임이 이런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의 근거로 외쳤던 ‘독주’와 ‘독재’의 폐해를 벌써 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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