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30% 올랐던 자몽값…베트남산 수입한다

국내 수입 자몽 70%가 이스라엘산
하마스·이란 갈등 때마다 수급 불안↑
베트남산, 수입 위험관리방안 통과
이르면 6~7월부터 수입 허용될 듯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2015년 2월 이스라엘산 자몽과 미국산 메로골드자몽이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산 자몽(포멜로)이 이르면 오는 6~7월께부터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다. 베트남산 자몽 수입이 허용될 경우, 중동 긴장 등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불안정해지는 국내 자몽 수급 및 가격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최근 베트남산 포멜로에 대한 위험관리방안 평가를 마치고 베트남이 제출한 방안이 이행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외국산 자몽‧포멜로가 국내로 들어오려면 병해충위험평가 등 총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5단계 문턱까지 넘은 것이다. 남은 절차는 수입 허용 요건 초안 작성, 행정예고 등 행정적인 절차로, 이 절차들은 2~3개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멜로는 통상 자몽보다 크지만 맛·형태 등은 자몽과 매우 유사한 귤속 과일로, 관련 업계에서는 베트남산 포멜로가 들어올 경우 자몽 수급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에서만 자몽이 수입되는데, 그중 이스라엘산 비중이 올해 1~3월 전체 자몽 수입 물량의 68.8%를 차지하는 등 이스라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산 자몽은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차 음료 중 판매량이 가장 높은 ‘자몽허니블랙티’나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팜앤홈 자몽’ 등에 두루 쓰이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 등 중동 리스크의 불똥이 이스라엘 수입 비중이 높은 자몽으로도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직 직후인 지난해 10월 중순 기준 가락도매시장에서 판매된 수입 자몽 상품의 평균 가격은 15kg 1상자 당 7만 5996원으로 한 달 전 대비 27.8%나 뛰기도 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국가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품의 특성과 품질을 제대로 봐야하겠지만, 베트남산 포멜로의 경우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율도 0%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