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 시간) 타렉 캇두미 네옴 전무이사가 최근 중국 베이징·상하이, 홍콩에서 잇따라 로드쇼를 개최하고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로드쇼 기간 동안 주요 계약 체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네옴시티 사업을 둘러싸고 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을 쥐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2030’의 핵심 사업이다. 홍해와 접한 사막에 170km 길이의 직선 도시 ‘더 라인’을 짓고 바다 위에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지대에는 관광단지 ‘트로제나’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주민 수가 2030년 100만 명을 기록한 후 2045년까지 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네옴시티 건설은 애초 예상과 달리 사업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처음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총 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85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됐지만 어느새 최대 1조 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170km의 더 라인 전체 구간 중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는 부분이 2.4km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최근 네옴시티에 2030년까지 100만 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 역시 30만 명으로 내려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메일은 “지금까지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재정 지원을 받아왔지만 건설 속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외자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홍콩 혁신기술개발협회(HKITDA)의 레너드 챈 회장은 “네옴시티 로드쇼를 참관한 홍콩 투자자들의 반응이 ‘중립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AFP통신에 “나는 재미로 방문은 하겠지만 그곳에 살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건 마치 (게임) 심시티에서 나온 뭔가 같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