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이 아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맞고 1시간 32분 뒤 숨졌다. 테이저건은 전기 충격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비살상용 장비다.
2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 50분께 광주 북구 양산동에서 50대 남성 A씨가 30대 아들 B씨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주변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흉기를 손에 든 채 아들 B씨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흉기를 버리라고 지시했지만 A씨가 따르지 않고 반항하자 등 부위에 테이저건을 발사해 검거했다.
경찰서로 이송된 A씨는 조사받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오후 7시 31분께 숨졌다.
흉기에 다친 아들 B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다.
A씨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테이저건 때문인지, 심질환 등 지병 탓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광주 북부경찰서는 25일 남성 A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의료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검시 소견을 냈다.
'경찰관 물리력 행사 기준·방법 규칙'에 따라 경찰은 대상(용의)자 행동 수준 5단계 중 4단계인 '폭력적 공격' 상황에서는 테이저건 등으로 '중위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장 출동 이후에도 A씨가 쓰러져 있는 아들을 깔고 앉아 흉기를 든 채 위험 행동을 한 만큼 테이저건 사용 요건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A씨가 5년 전 뇌혈관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진술도 검증하고 있다. 부검 결과를 토대로 기저질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테이저건 안전성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은 2005년부터지만 지금까지 테이저건으로 인한 사망을 공식 인정한 사례는 없다. 테이저건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6월 경남 함양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40대 남성이 낫을 휘두르다가 테이저건에 맞고 1시간 30분 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테이저건 안전성 논란이 일었지만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