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터쇼인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 모토쇼)’에서는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가 주름잡던 전기차 시장에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까지 뛰어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진 것이다.
이들 업체는 혁신 기술을 대거 적용한 전기차를 앞세우며 포화 상태에 도달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의지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축적한 제조 경험을 토대로 완성한 고성능 차량을 공개하며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 지키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4년 만에 열린 베이징 모토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참여 업체는 단연 샤오미였다. 미디어 콘퍼런스 행사장에는 각종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 등 수백 명이 뒤엉키며 혼란을 빚었다. 샤오미가 이날 공개한 첫 전기차 SU7와 향후 사업 계획을 살피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것이다.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현재 생산량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총 10만 대의 SU7 인도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기존 완성차 제조사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속 성장을 들 수 있다.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인 지난달 SU7을 출시했고 이후 한 달 만에 주문량 7만 5723대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5783대에 대한 인도를 마쳤다.
SU7은 포르쉐 전기차인 타이칸을 닮은 외관으로 논란을 빚었으나 차량 성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샤오미가 공개한 이 차량의 최소 주행거리는 700㎞로 태슬라 모델3(606㎞)보다 앞선다. 가격은 4000만 원대로 가성비를 갖췄다는 평가다.
화웨이도 베이징자동차(BAIC)의 전기차 자회사(BAIC BluePark)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인 스텔라토S9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춘 세단형 전기차로 화웨이의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화웨이는 앞으로 출시하는 새 자동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인 ‘첸쿤 ADS 3.0’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들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가세하는 것은 향후 미래를 책임질 핵심 먹거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으로 주요 자동차 모델에 적용하기 위한 정보기술(IT)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IT 업체들은 기존에 확보한 IT 기술을 전기차 제조에 활용하면서 선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성능 신차를 내놓는 등 대응 전략을 펴는 데 분주하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고속 성장을 보이는 현지 업체를 누르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중국 브랜드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5.9%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차량 판매량은 3009만 대에 달하는 만큼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비야디(BYD)에 연간 판매량 1위를 빼앗긴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모터쇼에서 44개 모델을 전시했다. 아우디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6 e 트론 롱 휠베이스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클래스의 첫 전기차인 G580과 마이바흐 첫 양산 전기차인 EQS SUV 등을, BMW는 전기차 i4 부분변경 모델인 뉴 BMW i4 등을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