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의대교수 사직 첫날 조용한 병원… “당장 피해 없지만 불안”

병세 악화돼 호스피스 병동 옮겨진 환자도
아직 떠난 의사 많지 않지만 '줄사직' 우려
대통력 직속 의료개혁특위, 오늘 첫 회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장형임 기자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시작한 25일 오전, ‘빅5 병원’ 등 서울 시내 병원은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아직 대다수의 의대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지만, 일부 대학병원교수들이 내달 초부터 사직을 하겠다고 밝혀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뇌종양 환자 보호자인 60대 A 씨는 “배우자가 뇌종양으로 입원하던 중 폐렴까지 겹쳐 중환자실에 두달째 입원된 상태”라며 “제대로 상담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오늘 교수가 학회에 가 당분간 자리를 비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스에서는 ‘사직’이라고 나오고 있어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4월에 위암 수술을 받은 70대 남성의 보호자인 B 씨는 “3월에 예약했었는데 밀려서 최근에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라며 “암환자들은 때 놓치면 생명이 위태로운데 아직까지도 불안한 요소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 되는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들 중에서 아찔한 상황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간암 환자는 최근 병세가 악화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는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어려워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등을 알아봤는데 전공의 파업 이후라 다들 의료진이 없다고 거절당했다”라며 “결국 호스피스로 들어가게 됐는데, 호스피스 담당 교수님은 사직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25일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1개월이 지나면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사직서 효력 발생 첫날에는 대체적으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향후 실제 사직을 하는 교수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 4명은 내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26일 이후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많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의사의 양심’을 믿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신장 환자인 60대 C 씨는 “의료인들을 믿는다. 사직하시는 분은 안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병원을 따로 옮길 생각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협과 대전협의 불참 속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내년도 의대 정원 관련 안건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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