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호황에도 국내 3위 거래소 코인원은 안팎에서 불거진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 임직원 ‘상장피' 논란으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며 직원들의 퇴사 행렬이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최근 연달아 거래량 이벤트를 여는 등 타개책을 궁리하고 있지만 오히려 4위 거래소와의 격차는 좁혀지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6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보유한 가상자산의 평가가치가 상승했음에도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업계 1·2위 업비트와 빗썸이 보유 가상자산 가치 상승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딛고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이용자가 예치한 비트코인(BTC) 수량도 가상자산 불황기였던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코인원이 이용자로부터 위탁한 BTC 수량은 8074개로 전년도 8277개에 비해 200개 가량 줄었다. 반면 업비트와 빗썸의 위탁 수량은 나란히 12만 974개에서 13만 9887개, 3만 5446개에서 3만 6337개로 늘어났다. 그만큼 코인원에서 업비트와 빗썸 등 다른 거래소로 이탈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가 70%, 빗썸이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코인원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1·2위와의 격차는 벌어지는 반면 4위 거래소 코빗은 코인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코빗이 지난해 10월부터 2월까지 4달가량 진행한 수수료 무료화 이벤트와 이후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정책에 이용자 유입 효과를 본 것이다. 코빗의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무료화 이전인 지난해 10월 19일 기준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량은 각각 1508만 달러(약 207억 원)와 139만 달러(약 19억 원)로 10배가 넘는 거래량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 23일 코인원과 코빗 거래량은 7680만 달러(약 1056억 원)과 3439만 달러(약 472억 원)를 기록, 2배 차이로 급격히 좁혀졌다.
설상가상으로 전 임직원의 상장피 논란도 근심을 더하고 있다. 앞서 코인원 전 상장총괄이사 전모씨와 전 상장팀장 김모씨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가까이 특정 가상자산을 코인원에 상장해주는 대가로 가상자산과 현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업계에선 2년에 걸쳐 이어진 전 임직원의 상장피 재판으로 코인원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4월 국민연금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코인원 퇴사율은 30%에 육박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코인원이 꺼내든 건 거래량 이벤트다. 코인원은 재상장 금지 기한이 지난 페이코인(PCI)을 지난 18일 빠르게 재상장하고 기간 내 PCI 거래량 순위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앞서 지난 19일부터는 위믹스(WEMIX)를 거래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당첨자 1명에게 3억 원 상당의 WEMIX를 지급하는 파격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가 높은 PCI와 WEMIX 이벤트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거래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전반적인 거래 지표가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며 “월평균 거래대금은 107.3% 증가했고 신규가입자 수도 79.1%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량 이벤트의 경우 그 효과가 이벤트 기간에만 국한된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5일 신임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영입한 데 이어 제품·서비스 기획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내놨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력비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거래량 이벤트를 내놓는 건 그만큼 (코인원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양강 체제가 고착화된 탓에 오랜만의 호황에도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