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황실 사당 ‘덕수궁 선원전’있던 자리 공원으로 개방된다

문화재청, 선원전 권역과 아트펜스 공개 행사 개최
일반인 26일부터 볼 수 있어…‘고종의 길’도 개방
최응천 “국가유산청, 규제 아닌 서비스 기관 될 것”

25일 공개된 덕수궁 선원전 터 전경. 최수문 기자

대한제국 황실의 사당인 덕수궁 선원전 터가 공원으로 일반에 개방된다. 선원전 터는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정동공원)에 이어 정동에서 시민들의 주요한 휴식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5일 오후 최응천 문화재청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선원전 권역과 아트펜스를 공개하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공개될 선원전 권역은 2011년 미국과의 토지 교환을 통해 확보한 ‘덕수궁 선원전 영역’의 일부인 약 8000㎡ 규모다.


문화재청은 “이 지역은 ‘덕수궁 복원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초부터 복원이 추진될 예정인데 복원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국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자 도심 속 휴식처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비해 이번에 개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된 복원 최종 시한은 2039년이다.


개방 공간은 크게 ▲선원전 발굴 터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으로 나뉜다. 선원전 발굴 터는 발굴된 원형 화계 석축과 아트펜스, 잔디 공터 및 휴게장소 등으로 정비했고 일본풍 건물인 중역사택 구역은 노거수를 활용한 휴게와 전망 등이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중역사택은 2030년께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덕수궁 선원전 터를 둘러싸고 있는 아트펜스 모습. 아트펜스 위로 선원전 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나무가 보인다. 최수문 기자

특히 눈길을 끄는 가림막 예술 ‘아트펜스’는 궁·능유산 복원 현장의 공공디자인 환경 개선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은 포스코 그룹의 기술력과 이명호 작가(궁능유적본부 홍보대사)의 디자인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선원전 터에 남아 있는 회화나무를 아이템으로 해서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명호 작가는 “회화나무는 선원전 건립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에서 대한제국-일제-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근현대사를 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본 살아있는 증거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덕수궁 선원전은 대한제국 역사에 따라 큰 부침을 겪었다. 선원전은 고종이 덕수궁으로 옮겨온 후 1897년 완공됐으며 대한제국 시기를 통털어 임금의 사당으로 기능을 했다. 국권을 잃은 후 일제에 의해 1920년대 모두 훼철된 후 이 자리에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훗날 경기여고) 등이 세워졌다.


터는 이후 미국 정부가 사들여 새 대사관 건물 신축을 추진하다 2003년 문화재 지표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선원전 터가 발굴되면서 무산되고 2011년 용산 미군기지 내 땅과 맞교환해 다시 우리 땅이 됐다. 이후 지금까지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외에는 빈 땅으로 남아있다. 바로 옆에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한 미국대사 관저인 ‘하비브 하우스’가 있다.



선원전 터의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풍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모습. 선원전 복원이 본격화되는 2030년께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 최수문 기자

‘선원전(璿源殿)’은 왕실의 사당이다. ‘선원’은 ‘아름다운 옥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 사당은 계급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이중 평민은 묘만 갖고 있고, 사대부는 묘와 함께 집 안에 사당을, 사대부 중에 최고인 임금은 묘(능)과 집 안 사당, 그리고 종묘를 소유했다. 선원전은 임금의 집(궁궐)안의 사당이다.


이에 따라 선원전은 덕수궁 외에도 임금이 머문 다른 궁궐에도 있다. 경복궁 선원전은 지금은 사라졌는데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자리다. 창덕궁 선원전은 다행히 복원돼 있다.



덕수궁 선원전 권역 발굴 조사 상황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최수문 기자

문화재청은 26일부터 덕수궁 선원전 터를 무료 개방할 예정이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정동공원, 러시아공사관에 이르는 ‘고종의 길’과 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개방된다. 다만 올해는 시범적으로 8월 31일까지만 문을 열고 상시 개방은 내년부터로 예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는 7~8월에는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내부에서 덕수궁 선원전 회화나무 등을 주제로 팝업 전시가 준비되며, 2025년 이후 내부 상설전시 등을 포함한 중역사택 내부를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오늘 행사는 다음달 국가유산청 출범에 맞춰 국가유산(문화재)가 더이상 국민을 규제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약속을 드리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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