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춤하자…인도 날라간 정의선 “중동·아프리카 수출의 허브로”

[인도에 공들이는 현대차]델리 신사옥서 타운홀미팅
현대차·기아 세번째로 큰 해외시장
中·러 대체할 전략적 요충지 꼽혀
내년에 年 150만대 생산체계 구축
하반기 현지생산 전기차 양산 시작
순차적 모델 확대…시장선점 나서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 시간)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세 번째로 큰 해외시장인 인도를 8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는 정부의 강력한 전동화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현지와의 소통을 늘려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3일(현지 시간) 인도 하리아나주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000270)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 사 인도 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해 8월 M K 스탈린 인도 타밀나두주 총리와 전기차 공장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 후 8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정 회장은 이어 인도 현지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을 제안해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 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라며 “경제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나갈 것”이라며 “인도 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 시간)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한때 주력으로 삼았던 중국과 러시아 시장이 부진하자 그 틈을 메워준 곳이 바로 인도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730만 2000대를 팔았는데 이 중 11.7%(85만 7000대)가 인도에서 판매됐다. 국내를 제외하면 북미,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판매량이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인도 판매량은 22만 6000대로 전년보다 1.5%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인도에서 지난해보다 3.9% 늘어난 89만 3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커지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맞춰 현지 생산능력도 확충하고 있다. 2025년까지 연간 150만 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의 설비를 20만 대 이상 생산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 기존 첸나이 공장(82만 4000대)과 합하면 인도에서 약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기아 공장(43만 1000대)까지 합해 150만 대를 생산하는 셈이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인도는 전기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 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인도에 전기차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말께 인도를 방문해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 지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실적 부진의 여파로 방문을 올해 말로 연기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틈을 타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나갈 구상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에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인다. 올해 말 첸나이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인 엑사이드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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