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순경 총기 난사 희생자 넋 42년 만에 위로

1982년 총기 난사로 56명 사망 등 사상자 90명
군사 정권 보도 통제…의령군 희생자 위령제 열어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사건'의 위령제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발생한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첫 위령제가 사건 발생 42년 만에 열렸다.


군은 26일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 위령탑을 건립해 첫 위령제를 열었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이 파출소(치안센터) 옆에 있는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들고나와 궁류면 4개리를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이 바람에 56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90명이 발생했다.


당시 군사 정권이 보도를 통제하며 사건을 덮어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 행사를 열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군 주최 위령제가 마련돼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한을 달래며 유가족들도 위로하는 것이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와 면담에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저지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를 계기로 '의령 4·26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추모공원과 위령탑 건립 추진으로 이어졌다. 군은 행안부에서 받은 국비 7억 원, 도비 2억 원과 군비 21억 원으로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추모 공원은 궁류공설운동장 인근 계획관리지역과 준보전산지에 전체면적 8891㎡ 규모로 들어선다. 위령제는 현재 완공된 위령탑 앞에서 진행했다.


위령탑은 희생자들을 의미하는 하얀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내는 형상이다. 희생자 넋을 추모하고 생존자인 유가족을 위로하며, 현세대에게는 다시는 참혹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취지문을 새겼다.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사건'의 위령제에서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의령군

이날 위령제는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장사익 추모공연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오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의령은 '우순경 시대'의 아픔을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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