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당분간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물가 전망이나 리스크가 커질 경우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156.82엔까지 떨어지며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단기 정책금리(0~0.1%)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결된 후 처음 열렸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활동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실현되고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일본은행이 완화정책의 정도를 조정하겠지만 당분간은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물가 전망이나 리스크가 상승할 경우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물가나 임금 인상의 동향을 한층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분기별 경제 물가 보고서를 통해 내년과 내후년에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1.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전망이 실현되면 지속적·안정적인 2%의 물가 상승 목표 실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현재로서 타이밍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전망 기간의 후반에 걸쳐 어딘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며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치인 1달러당 156.82엔(오후 4시 15분 기준)까지 떨어졌다. 최근의 엔화 약세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환율의 단기적 움직임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면서도 “통화정책은 환율을 직접적인 통제 대상으로 삼지 않지만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면 통화정책상의 고려나 판단 재료로 삼겠다”고 했다.
이날 일본은행은 지난달 결정한 지침에 따라 매월 약 6조 엔(약 53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에 밝힌 대로 언젠가 국채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