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군 심각한 인권침해' 결론에도 "지원 유지"

IDF·민병대 민간인에 폭력 등
국무부 특별조사단, 실상 확인
美 정부는 '리히법' 제재 유보
"이에만 관대" 비판 힘받을 듯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월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국제공항을 떠나기 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IDF)의 일부가 인권침해를 자행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제재는커녕 지원에 오히려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IDF가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을 수 있다는 내부 경고도 나와 ‘미국이 이스라엘에만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재차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 시간) ABC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국무부 특별조사단은 3개 IDF 부대와 2개 민병대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민간인에게 여러 건의 폭력을 휘두르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들에게 ‘리히법’에 따른 제재는 유보하고 최근 의회를 통과한 26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지원안 이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제정된 리히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권침해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군대 및 경찰 부대에 대해 무기 지원을 비롯한 훈련 등 군사적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ABC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비공개 서한을 보내 “조사 결과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지원도 지연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은 의회가 배정한 전체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히법이 ‘관련자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한 나라에 한해서는’ 예외를 둔다는 게 미 정부의 입장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해당 부대에 책임을 묻고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또 인권침해로 결론이 난 행위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침공 이전에 발생한 것이기에 이번 지원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이스라엘에만 너무 관대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재차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 국무부 내부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인권 관련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입수한 국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들을 인도주의 국제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는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는 조언을 블링컨 장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 달 8일까지 이스라엘의 법 위반 여부를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국무부 내 최소 7개 부서가 메모를 전달했으며 이 중 4곳은 이스라엘의 국제 인도법 위반 여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가자지구 내 막대한 민간인 피해와 관련해 경고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도 관측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링컨 장관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라파 군사작전을 중재하기 위해 다음 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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