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조주완 LG전자(066570)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퇴사를 앞둔 5명의 직원 앞에 섰다. 최근 막을 내린 LG전자의 사내벤처 선발 프로그램 ‘스튜디오 341’에서 최종 분사대상으로 선발된 5개 프로젝트의 대표들이 주인공이다. 조 사장은 이들을 격려하며 “회사 안에 일으킨 신선한 바람을 회사 밖에서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내벤처 프로그램 강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사내벤처 선발 제도에 전신 금성사 창업 당시의 도전·혁신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스튜디오34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년 이상 지속됐던 선발기간을 지난해 절반 이상 단축했다.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합류해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밀착해 프로젝트 규모를 키웠다. 올해 들어선 상반기 최종 분사에 앞서 사업화에 최적화된 분사조건 합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 사장은 개선된 사내벤처 제도와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도전 DNA로 사내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리인벤트(재정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육성 전문가와 함께하며 프로젝트들이 체계적으로 진화하는 효과를 거둔 동시에 LG전자 구성원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LG전자 경영진이 사내벤처 제도 개선에 집중하는 건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임직원의 아이디어와 경험·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상반기에 분사하는 사내벤처 선발팀을 살펴보면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는 로봇 솔루션(엑스업)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와 관련한 기업 간 거래(B2B) 거래를 매칭하는 디지털 플랫폼(파운드오브제) 등 LG전자가 추진하는 신사업과 연관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한 분야다.
사내독립기업(CIC)을 통한 신사업 상시 육성 제도도 자리를 잡았다. CIC로 설립된 공유광고 서비스 플랫폼 엑스플라이어는 지난해 하반기 분사 작업을 마무리했다. CIC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기획화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독립법인에 준하는 수준의 예산권과 평가권·인사권 등을 부여한 ‘회사 속 회사’를 뜻한다. 신사업 조직화와 관련해 사내벤처 선발뿐 아니라 CIC에서 사내벤처 분사로 이르는 길도 하나 더 열어 놓은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분사하는 각 팀에는 최대 4억 원까지 창업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도전하는 조직문화가 강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