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취업하고 싶어요"…일요일에 유학생 400명 모였다

국내 유학생, 문화·언어 친숙도 높지만
인턴십 기회 제한 등 국내 취업 어려워
"문화적 다양성 가진 해외 인재 영입은
해외 진출 경쟁력 한 차원 높일 수 있어"

원티드랩이 ‘SKY(서울·고려·연세대) 베트남 유학생 협회'와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비욘드 커리어 서밋’에서 유학생들이 좌담을 지켜보고 있다. 이덕연 기자

“한국에서 공부한 언니가 한국 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취직을 잘 준비할 수 있을지 배우고 싶어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외대 1학년 재학 베트남 유학생 땅 딴 씨)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내 한 대형 강의실. 국내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 수백 명이 한국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2021년 약 85만 명에서 지난해 92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상당 부분이 재외동포의 소상공업 취직이나 블루칼라 근로자의 취업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유학생들의 화이트칼라 직종 취업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 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인적자원(HR) 기술 기업 원티드랩과 ‘SKY(서울·고려·연세대) 베트남 유학생 협회'가 일요일인 이날 공동으로 개최한 ‘비욘드 커리어 서밋’에는 약 4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강의실의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국내 기업 취업을 모색하는 다국적 유학생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업계 종사자와의 연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 기획에 참여한 베트남 출신 퀸 밍(연세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씨는 “많은 유학생이 한국 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기회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며 “기회의 문을 넓히고 싶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행사를 찾은 유학생 대부분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밝혔다. 밍 씨는 “언어 장벽이 있는 것은 물론 취업 과정에 필수적인 인턴십 기회 자체가 제한돼 유학생들은 경쟁력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비자와 같은 법·행정적 요소까지 있어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유학생 입장에서 쉽지 않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중앙대 글로벌 MBA 과정을 수학하고 있는 바피 퀴린 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업계 종사자들과 관계를 쌓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화이트칼라 직종 취업자 수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취업 외국인 수는 2013년 66만 8000명에서 2015년 80만 9000명으로 80만 명 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92만 3000명을 기록하면서 100만 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체류 자격별로 이들을 분류했을 때 대부분은 재외동포(F-4 비자) 또는 비전문취업(E-9) 인구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사무직 근로자 관련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자체 데이터를 봤을 때 관련 취업자는 상당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외국인 취업 활성화가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취업의 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영국 출신 앨리스 챈 소셜테이블 매니저는 행사에 앞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동남아에 진출하려 하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지역 출신 유학생을 영입해 관련 서비스를 보다 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제니 김 원티드랩 리드는 “한국에서 수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언어 장벽도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스타트업 업계를 벗어나면 여전히 대부분 기업이 변화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김 리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해외 사업 강화를 넘어 기업 문화를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면서 “다양성 증진이 창의성 강화로 이어지면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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