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이 다음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조율하고 있다. 5월 말로 추진 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지 주목된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말로 최종 조율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이전에 조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중국 측과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월 6일 조 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첫 통화 당시 중국 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 당시 조 장관은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해 가자'고 답했는데, 논의에 진전이 이뤄져 현재 한중 당국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다음 달 26~27일로 최종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이전에 조 장관이 중국을 찾는 것이 더 시의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계기에 한국 고위 인사들과 별도로 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5월 한 달 사이 한중 외교장관에 이어 정상급 소통까지 연이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중 고위급의 연쇄 소통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난해 대만 문제 공방,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 등 부침을 겪으며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했던 한중관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올해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4월 한국 총선 등 양국의 국내 정치 일정이 마무리돼 일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한중관계 논의를 본격화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간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 한미일 협력 강화에 비교적 주력해온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나름의 전략적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동맹을 근간에 둔 인도태평양 동맹 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24∼26일 중국 방문 등을 통해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