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농안법은 농민갈등 조장법…졸속처리 반대"

콩생산자연합회장·과수연합회장 인터뷰
“가격보장, 농업 경쟁력 되레 약화시켜”
“농민 목소리도 안 듣고 처리 말도 안돼”

강원 고성군 간성읍 교동리에서 19일 열린 지역 첫 모내기 행사에서 농민들이 이앙기를 몰고 있다. 사진 제공=강원 고성군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은 서로 다른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 간 갈등을 조장하는 법입니다. 과수 농가에서는 양곡법을 ‘미친 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35년 넘게 충북에서 사과를 재배하며 20만 과수 농가를 대표하고 있는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안법은 결국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뇌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곡법은 쌀 가격 폭락 시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뼈대다. 농안법은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이 기준가격 밑으로 하락하면 생산자에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보장제 실시가 핵심이다. 박 회장은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는 법을 만들더라도 세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이 뭘 할 것이라는 정치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양곡법이 이렇게 직상정(직회부)돼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밝혔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


박 회장은 농안법에 따른 농산물 경쟁력 약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추는 봄배추, 여름 고랭지 배추 등 1년에 네 번 생산되는데 농안법으로 배추 가격을 보장해주면 공급과잉에 대한 고려 없이 각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만 배추 생산이 몰리고 질 좋은 배추를 생산하려는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연합회장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사명감을 가지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농가에 찬물을 끼얹는 법”이라며 “농민들은 쌀이 남아 도니 대신 콩 같은 다른 작물을 심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제와 쌀 가격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곡법은 특정 지역의 쌀 농가를 위한 법”이라며 “농민과 농업을 위한 법이라면서 국회가 끝나가는 시점에 농민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숨 넘어가듯 처리해버리는 것은 졸속”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전국 35만 콩 농가를 대표하고 있으며 20여 년째 콩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또 “농가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가지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토론회라도 마련해야 한다”며 “농사는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이렇게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1개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양곡법과 농안법의 일방적인 처리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대한한돈협회를 포함해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양곡을 제외한 축산업 같은 다른 품목에 대한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