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 사회에 인간들은 인공지능(AI) 로봇의 도움을 받아 낙원과 같은 생활을 한다. 가사부터 양육·요양까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봇 제조 업체는 급기야 감정을 지닌 인조인간까지 생산한다. 소년의 얼굴을 한 인조인간이 한 가정에 양육돼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까지 대체하기에 이른다.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가 나왔을 때 AI는 그저 공상 과학의 소재에 불과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AI는 우리 일상생활로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인류 발전과 위협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제기하는 글로벌 의제로 떠올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가 AI다. 대화형 AI 챗봇, 생성형 AI 등 혁신적 기술 진보도 관심 영역이지만 AI 발전에 따른 위협과 도전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규범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주 논의 대상이다. OECD는 2019년 마련한 ‘OECD AI 권고’를 개정해 다음 달 각료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고 한국에서도 AI 혁신과 안전성을 함께 논의하는 ‘AI 서울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AI 전환이 우리에게 주는 정책 시사점은 한국의 디지털 강점을 적극 활용하면서 AI 국제규범 정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기업 및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등 AI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OECD는 한국을 포함하는 중소기업 디지털화 서베이 결과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40% 정도 향상할 수 있다는 결론을 공유했다. 전체 고용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수한 브로드밴드 보급률과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자랑하지만, 노동생산성(시간당 49.4달러)은 2022년 기준 OECD 평균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도입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7%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은 최근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AI를 내재화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AI 생산성 혁신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물론 기술의 진보가 긍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 정보의 확산, 편견과 불평등의 심화, 개인정보·데이터 보호 문제, 지식재산권 위험 등 다양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초거대·생성형 AI를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간 수준 이상의 지능을 지닌 인공 일반 지능의 출현 가능성까지 예측되는 상황이라 위험에 대한 대비는 더욱 요구된다.
이렇게 AI 기술 혁신과 도전을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시급한 것은 국제규범의 정립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과 동시에 신뢰할 만하며 책임 있고 안전한 AI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리더십 확보는 국가의 경제적·전략적 이익과 직결된다. 각 국가에서 AI 투자와 역량,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AI 규범 정립은 한 국가의 과제를 넘어 글로벌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유럽연합(EU)의 AI법 제정,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AI 행정명령 발표 등을 통해 주요 선도국이 발 빠르게 규범 정립에 나서고 있다.
AI 전환 시대에 국제 다자 규범 마련은 더없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적극 참여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 5월 ‘AI 서울 정상회의’와 ‘AI 글로벌 포럼’을 통해 글로벌 AI 규범 정립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기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