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확진자가 참석한 종교행사 출입자명단을 일부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하였더라도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 규정하는 '역학조사'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5일 코로나19 역학조사 거부 혐의 등 기소유예처분 취소사건에 대해 전원 합치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입자 명단 제출 관련 이 사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청구인은 A 선교회가 운영하는 수련기관인 모 센터 소속 간사이다. 이밖에 공범인 조 씨와 김 씨는 각각 해당 센터의 교육집행위원장, 선교사이다. 해당 센터가 2020년 11월 개최한 행사에서 출입자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상주시는 청구인들으 상대로 출입자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제출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여 역학조사를 거부하고, 출입자 일부가 누락되어 있고 실제 출입하지 않은 사람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명단을 제출해 역학조사에서 거짓의 자료를 제출하고 역학조사 담당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로부터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범죄사실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출입자 명단 제출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고, 청구인은 거짓자료 제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행복추구권 침해에 따라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동시에 거부 및 방해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병의 전파를 방지할 필요성 또는 긴급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역학조사의 개념을 확장해석하거나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단순한 명단 제출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역학조사는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등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는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학조사서를 이용한 설문조사나 면접조사 방법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청구인의 위계공무집행방해에 대한 고의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증거에 따르면 이 사건 명단은 이 사건 센터 직원이 참석자들을 대신하여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 등 이 사건 센터 측에 명단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권한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그 내용이 허위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편 공범인 조 씨와 김 씨 모두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