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 당일에도 5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을 두고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고수하며 본회의 소집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의 무리한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본회의 개최 자체를 거부했다. 여야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며 ‘윤·이 회담’으로 조성된 협치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오찬 회동을 갖고 의사 일정 협의를 진행했으나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각 당의 기존 입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5월 임시 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 제출하고 다음 달 2일과 28일 본회의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민주당이 2일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는 것은 쟁점 법안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날을 기준으로 휴일을 포함해 15일 이내여서 2일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5월 말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은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5월 말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함께 재표결을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5월 본회의 개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대표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쟁점이 많은 법안을 무리하게 (21대 국회) 임기 말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월 본회의가 불발될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등 여당 입장에서 시급한 법안들의 처리까지 좌초될 수 있다. 여야 간 장기간 대치 끝에 쟁점을 해소한 법안들마저 정쟁에 막혀 법안 처리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5월 국회를 열지 않으면 국회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야 간 본회의 일정 협의가 불발될 경우 단독 국회 가능성도 야당은 내비쳤다. 국회법상 임시회 내 매주 목요일 본회의를 열도록 돼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양당 원내 지도부가 남은 시간 동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