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사면초가에 내몰렸던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FSD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한 중요한 문턱을 넘었고 공공기관·공항 등 중국 내 전략 핵심 지역에서도 제약 없이 운행·정차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최근 전기차 판매 둔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테슬라가 이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FSD 소프트웨어 기능을 출시하려는 테슬라의 계획을 잠정 승인했다”고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SD는 테슬라가 2020년 처음으로 선보인 시스템 자율주행 기술이다. 아직 100% FSD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가장 경쟁력을 갖춘 기술로 평가받는다. 차선 이탈 방지, 차량 간 간격 유지,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등을 지원한다. 북미 지역의 서비스 사용이 약 180만 대에 이르렀지만 중국에서는 데이터 규제 문제에 걸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현지 기관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켜 규제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슬라는 FSD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북미 지역 판매 차량에 한 달간 무료 사용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회사는 차량 인도 전 반드시 FSD의 시범 운행을 진행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최근 테슬라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자율주행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전날 중국을 깜짝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 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올해 학습과 추론을 결합한 AI에 약 10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추론 AI는 주로 자동차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이 같이 자율주행 분야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은 한때 낙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올 1분기 매출도 21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영업이익은 11억 71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6.0%나 빠졌다.
특히 중국에서 현지 신생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테슬라로서는 자율주행 기능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중국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으며 샤오펑·샤오미 등 많은 현지 플레이어가 이러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테슬라 FSD 승인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과 관련해 미국에서 교통사고 소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토파일럿 관련 교통사고 재판이 내년에 최소 8건 진행될 예정이다. 오토파일럿은 FSD의 하위 버전으로 불리는데 2022년 한 여성이 오토파일럿 기능을 켠 채 테슬라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멈춰 서 있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후 차에서 나왔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