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가난할까…택배부터 의료서비스까지 제값 받지 못하는 서비스 업종 [리뷰]

■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 지음, 사이드웨이즈 펴냄)
극도로 낮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황금티켓 증후군 더 키워
노년층도, 청년층도 서울살이에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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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은 실질적으로 가난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 청년세대의 문제를 ‘황금티켓 신드롬’으로 진단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라는 황금티켓을 사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저서에서 저자 김현성은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 배분의 문제에서 황금티켓 신드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학 입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면 ‘서울행 승차권’이 주어진다. 과거에는 지방거점국립대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나눠가졌지만 이제 인재는 서울에서 독점하다시피 하게 됐다는 것. 두 번재 티켓은 전문직, 대기업 사무직, 금융권, 각종 공기업 등 고생산성 집단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얻게 되는 세 번째 티켓은 ‘발언권’이다. 입시의 결과로 시작되는 경제력 배분과 그 경제력 배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발언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극명해진다는 것.


1988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저자 역시 금융권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며 ‘황금 티켓’을 거머쥐었다. 펀드 매니저 생활을 그만둔 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 현상의 문제에 집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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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가 황금티켓에 목을 매는 데는 우리나라의 극도로 낮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도 한 몫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의 고용구조가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서비스에 매기는 시장 가치가 크게 낮다는 점에 주목한 것. 유통·운수·음식숙박업의 노동생산성은 3만6363달러에 그쳐 OECD 국가 비교대상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에 있다. 정보통신업은 20위, 기타서비스업은 32위 수준이다. 음식과 숙박을 비롯해 택배나 음식 배달 등은 출혈 경쟁이 기본 바탕에 있다.결국 노동투입량 대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서비스업이다. 좁은 내수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로 국내 서비스업의 내부 경쟁을 격화하고 그렇다보니 가격을 낮추고 우리 국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의 낮은 생산성 문제로 연결돼 한국인을 실질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


놀라운 점은 저렴한 서비스 비용은 의료서비스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 고소득의 의료 종사자들 역시 의료원가를 보전받지 못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의료 수가를 둘러싼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수가는 의료원가를 얼마나 보전해주느냐의 문제인데 의료수익 대비 원가 비율은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조차 평균 98.7%에 달한다. 결국 남는 이익은 2% 미만이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으로 나눠보면 공공병원은 원가비율이 124.9%이고 민간 병원은 93%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 병원은 계속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지방 의료에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 생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조사, 분석, 발간한 ‘2015년 병원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원가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 재료비는 21%, 관리비는 24% 수준으로 나타난다.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인건비 비중이 줄고 재료비 비중은 늘어난다. 저자는 “우리 사회는 사회보험의 증액이라는 사실상의 ‘증세’를 용납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며 이 문제를 계속 회피하다가는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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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수도권 쏠림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또 다른 황금티켓은 서울 살이다. 대한민국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지난 달 기준 약 260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50.75%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일자리에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청년층 뿐만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의료 등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공간’이자 기회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노년층의 수도권 주택 매각이 이뤄지기 어렵고 이로 인해 서울의 집값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젊은 층의 서울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지방의 경우 실질적으로 관광 등 일부 서비스 업종을 제외하고는 쇠락하는 수준에 이른 게 현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경제적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모두 독점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원의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국 우리 공동체에서는 ‘중산층’보다 더 좁은 의미의 ‘수도권에 거주하며 좋은 교육을 받고 고생산성 수출 대기업에 종사하는 경제 활동 인구 집단’만이 실질적 경제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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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렇다면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 그는 정부재정 확대와 증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점진적인 국가 채무 증가만이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동시에 소멸을 막기 위해 개개인의 지갑을 더 여는 것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로 말한다. 이는 황금티켓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황금 티켓을 이미 획득한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아내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그가 제시한 대안에는 이견이 갈릴 수 있지만 담백하고 논리적으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 초래할 수 있는 광시곡과 겹겹이 똬리를 틀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등줄기에서 소름이 끼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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