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유발'…농수산물 도매상 수수료 전면 검토하고 사재기 막는다

정부 합동 농수산물 유통 개선방안 발표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매점매석 고시 제정 검토
대형마트서 사과 1개씩 사도록 '벌크 유통' 도입
사과·배 산지APC 유통량은 2030년까지 50%로
'독과점 체제' 물류기기 시장엔 가격 공시제 도입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을 방문해 사과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수산물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필요 시 농수산물 매점매석 고시 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외 정부는 서울 가락시장 등 공영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법인들의 수수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유통 구조를 대거 개편해 유통 비용을 10%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사과·배 등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과정, 과다한 유통 마진 등이 지적된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는 현재 49.7%에 달하는 농산물 유통 비용을 10% 이상 절감하겠다는 목표 아래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먼저 정부는 공영 도매시장 공공성 및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 현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상 임의 규정인 평가 부진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를 연내 개정해 강행 규정으로 의무화해 도매시장 내 경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장별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한 법인 수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법인 지정을 의무화하나는 등 신규 경쟁자의 진입도 내년까지 제도화한다.


또 정부는 정가·수의 매매 활성화 등을 통해 도매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한편 9개 중앙 도매시장 법인을 중심으로 현재 최대 7%인 위탁수수료 상한이 적정한지 여부 등도 연내 살피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안법 상 수수료 상한이 7%이고 현재 가락시장은 평균 4.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또, 다른 지자체 도매시장은 6%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이 상한이 적정한지를 중앙 도매시장 중심으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건비·포장비 등을 절감하고 1인 가구의 선호를 반영한 ‘벌크(Bulk) 유통’도 확산시킨다.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1봉이나 1박스 등 묶음 단위로만 사과 등을 팔고 있는데 이를 소비자 필요에 따라 1개씩 살 수 있게 유통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본지 4월 27일자 6면 참조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내 사과·양파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벌크 유통을 시범 도입하고 이후 참여 유통업체 등에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 정부 사업을 우대 적용해 벌크 유통을 장려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산지 유통을 규모화해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비용을 낮추고 소비지와 직거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산물 거점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100개소 구축 계획을 당초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기고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현재 생산량의 30%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사과·배는 전체 생산량 줄 APC가 취급하는 비중을 2022년 기준 21%에서 2030년까지 50%로 늘리기로 했다. 산지 유통인의 포전거래, 일명 ‘밭떼기’ 거래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배추·무는 농협이 연중 농작업 대책반을 운영해 APC 취급 물량을 2022년 기준 13%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방침이다.


플라스틱 박스는 A사가 65%를, 파레트는 B사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그간 독과점 체제로 운영돼온 물류기기 시장도 개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성수기에 원활한 물류 기기가 공급되지 않고 산지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현장에서 지속 제기돼 왔다”며 “물류기기 이용 가격 공시제를 도입해 농업인이 가격을 비교해 가며 저렴한 가격에 물류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물류기기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인 농협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해 경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2027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현 가락시장 규모인 5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판매자 가입 기준을 현재 연간 거래 규모 50억 원에서 20억 원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거래 부류 간 판매 제한도 폐지하며 중소형 마트나 전통시장 등이 거래 물량을 규모화할 수 있도록 농협, 상인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도 구축한다. 온라인 도매시장 사전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구색 맞춤, 공동배송 등 물류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유통 단계별 사재기·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는 지속 점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사재기 여부 등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 시 신속한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농산물 매점매석 고시 제정 등도 검토하겠다”며 “이해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과 ‘농수산물 유통포럼’을 정례적으로 운영하면서 제도 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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