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 1년 만에 합의를 이룬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자 회담이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독소 조항’ 삭제를 수용했고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요구한 특별조사위원회 운영 방식을 받아들였다. 이번 합의로 협치 국면이 형성됐지만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등의 강행을 고집할 경우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이태원 특별법의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를 해소했다.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발의된 후 1년 만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과 기간에 대해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여야가 특조위원 각 4명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1명이 여야 협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임명된다. 특조위는 총 9인으로 구성된다.
합의가 아닌 협의로 문구를 수정해 사실상 민주당이 특조위 위원장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활동 기간도 국민의힘은 최대 9개월을 요구했으나 1년 이내로 하되 3개월 이내에서 연장이 가능한 민주당 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영수회담에서 ‘독소 조항’으로 언급한 특조위의 직권 조사 및 영장 청구 의뢰권 조항 삭제를 수용했다. 특조위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거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건,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 등에 자료 및 물건의 제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없앤 것이다. 또 조사위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관할 지방 검사와 검찰청에 영장 청구할 것을 의뢰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여야는 새 법안을 발의해 2일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의결한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원포인트’ 개의 및 처리가 예상된다.
다만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들에서의 이견은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이태원 특별법 처리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박 원내수석은 “2일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 “본회의 전까지 국민의힘과 국회의장을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과반 의석의 민주당은 의사 일정 변경 동의안을 통해 법안의 상정 요청과 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협의되지 않은 안건이 올라오면 이태원 특별법 처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수석은 “모처럼 여야 간 협치의 물꼬를 튼 만큼 5월 말까지 시간이 있으니 채상병 특검법 등은 이견 조정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