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훈 리뉴어스 대표 "태우고 묻는 환경산업 그만…전기·물 공급 에너지기업 될 것"

[CEO&STORY]
폐기물 소각때 열로 전기 만들어
에너지 수요처 더 적극 발굴
에너지 비중 '50%'로 확대 목표
SK하이닉스 폐수처리 담당 등
외국기업 의존 시장 공략 가속
공공 열분해유 사업도 뛰어들 것

권지훈 리뉴어스 대표이사. 안양=오승현 기자

“환경 산업을 단순히 쓰레기를 소각하고 땅에 묻고 오수를 정화하는 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희는 쓰레기를 소각하며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통해 스팀과 전력도 생산하고 하폐수를 처리해 수자원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에너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환경 기업 리뉴어스의 권지훈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리뉴어스의 최종 목표를 ‘자원순환 에너지 기업’으로 제시했다. 폐기물의 소각과 매립, 하폐수 처리 등 기존 환경 산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에너지와 용수를 공급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회사를 도약시키겠다는 게 권 대표가 구상한 리뉴어스의 성장 전략이다.


2020년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리뉴어스는 1997년 설립된 환경시설관리공사에서 시작됐다. 국가 산업단지 공공 폐수처리 시설의 운영 관리 대행 업무를 시작으로 폐수 재이용, 하수처리 시설 개량·고도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2017년부터는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물 분야로 진출했고 SK에코플랜트로 인수된 후 환경 사업의 ‘주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권 대표가 제시한 리뉴어스의 ‘청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와 맞닿아 있다. 코펜하겐의 언덕으로 불리는 아마게르 바케는 폐기물을 태우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폐기물 소각 시설이자 열병합발전소다. 이 곳은 스키장·암벽등반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과 음식점·공연장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혐오 시설인 소각장을 발전소·관광지 등으로 발전시킨 순환경제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권 대표는 한국형 아마게르 바케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로 소각 시설을 에너지 생산 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권 대표는 “2023년 기준 소각 법인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에너지 사업 비중을 중기적으로 50%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노후 설비 개선 및 에너지 생산 설비 증대, 친환경 소각로를 중심으로 한 스팀 생산성 향상, 에너지 사용 수요처의 적극적인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도 리뉴어스는 업계 1위의 소각 시설(963톤/일)에서 생산된 스팀과 전기·온수 판매하고 있다. 스팀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KG스틸 등 11개사에 80만 5936톤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4만 9627㎿, 온수는 청라에너지에 연간 8만 2476G㎈을 공급했다.


권 대표는 에너지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 회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리뉴어스 산하 소각 법인 3곳에서 최근 5년간 민간 소각장 최초로 에너지 회수 효율을 인증 받았다. 이는 모기업 SK에코플랜트와의 대표적인 시너지 사례다. 리뉴어스는 SK에코플랜트의 인공지능(AI)·데이터전환(DT) 등의 혁신 기술을 소각로에 적용해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CO)와 질소산화물(NOx)의 발생량을 각각 49.9%, 12.2% 감소시켰다.


에너지 회수 효율 인증은 곧 소각 시설의 경쟁력이다. 폐기물 배출처는 폐기물 1톤당 1만 원의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에너지 회수 효율 인증을 받은 리뉴어스에 폐기물을 처분할 경우 최대 75%까지 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권 대표는 “폐기물을 안전하게 소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에 신경을 쓴 결과”라며 “앞으로 친환경 소각로를 중심으로 한 스팀 생산성 향상, 에너지 사용 수요처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뉴어스의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과의 시너지는 리뉴어스의 고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 사업으로 조성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다. 리뉴어스는 지금도 용인시와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사업에서 발생하는 폐아스콘·폐콘크리트 등을 제공받고 있다. 권 대표는 “향후에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건설폐기물 처리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SK에코플랜트 개발 및 건축 현장 처리 물량 등을 확보할 예정으로 안정적인 폐기물 처분 및 품질이 좋은 순환 골재 공급으로 양 사의 새로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비 공장이 들어서면 리뉴어스는 반도체 폐수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월 20만 톤의 물이 필요하고 반도체 폐수가 발생한다”며 “반도체 공장이 조성되면 하수처리 역할을 담당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리뉴어스는 SK하이닉스의 청주 공장에서 폐수 처리 역할을 맡고 있다.


리뉴어스는 SK그룹과 쌓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외국계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물처리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국내의 반도체·철강 기업 등은 공정에 필요한 물처리 작업을 프랑스의 베올리아 등 외국계 기업에 의존해왔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수처리 사업을 베올리아 등 외국계 기업이 했다”며 “SK와의 협업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처리에서 물 공급자로서의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국내 수처리 1위를 굳건히하고 그룹 관계사 및 제조 기반 산업의 폐수 처리 시설 운영 사업 참여 확대를 통해 산업 분야 수처리 시장 점유율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리뉴어스는 지자체에 선제적인 민자 사업 제안을 통해 사업 기회를 늘려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뉴어스는 인천 서구에 열분해유 사업을 제안했다. 권 대표는 “인천 서구의 플라스틱을 열분해를 통해 열분해유로 만드는 민자사업을 제안했다”며 “현재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뉴어스가 열분해유를 만들어 SK인천석유화학에 보내면 기존 원유와 희석해 재생유가 탄생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석유로(SAF)에 속하는 항공 재생유는 유망 사업으로 꼽힌다. 전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50년 40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40년 SAF 수요를 6000만 톤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 항공 재생유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며 “적정성 검토가 통과되면 입찰에 참여해 열분해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뉴어스는 사업 영토의 해외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권 대표는 “리뉴어스는 SK에코플랜트와 손잡고 사업 개발 및 설계·조달·시공(EPC) 운영 기술을 결합한 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동남아·중동 등 환경 산업 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 TES 보유하고 있는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총 21개국 43개의 e폐기물 처리·재활용 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운영 기술 전파를 계획하고 있다”며 “국내외 그룹 관계사의 민간 폐수·폐배터리 처리를 위한 기술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뉴어스는 2023년 한국환경산업협회 부회장사에 오르며 환경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권 대표는 환경부 등 정부의 제도적 장치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환경 산업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환경 기술 수출액만 놓고 보면 2018년 8조 2000억 원에서 2020년 8조 2000억 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투자 실적 대비 수출액은 20% 수준이다. 권 대표는 “지속적인 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전 세계 그린 유니콘의 75%인 34개 기업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보유하고 있다”며 “규제 분야로 여겨왔던 환경 산업의 경직성과 외연 확대를 위한 인프라 부재가 국내 환경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제5차 ‘환경산업 육성계획’의 방향성에 지지를 보낸다”며 “한국환경산업협회 부회장사로서 우리 산업에 부적정 영향을 미쳤던 제도와 구조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e is…


△1970년 서울 △1988년 서울대 토목공학 △1994년 SK에코플랜트 입사 △2007년 인프라사업 부문 사업기획팀장 △2014년 베트남 NSRP 마린 프로젝트 매니저 △2017년 튀르키예 차나칼레 사업 총괄 임원 △2022년 국내 Eco BU 대표 △2022년~ 리뉴어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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