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대한석탄공사와 광해광업공단이 지난해 나란히 수천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통폐합설이 나돌던 두 공공기관의 동반 실적 부진으로 시너지보다는 서로에게 짐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
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석탄공사와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연결 기준 각각 2483억 원과 311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생기는 금전상의 손실이 누적된 결손금은 각각 1조 7276억 원, 3조 9773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자본을 다 합해도 부채가 더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석탄공사의 자본잠식 규모는 1조 6427억 원, 광해광업공단은 2조5422억 원에 달한다.
석탄공사는 정부가 1989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성 낮은 탄광을 잇따라 폐광함에 따라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태백 장성탄광, 내년 삼척 도계탄광이 차례로 폐광을 앞두고 있다. 2025년 이후 보유 탄광이 모두 사라지면서 석탄공사는 향후 존립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국내 탄광 조기 폐광 방침에 따른 석탄공사 운영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석탄공사가 광해광업공단과의 통합, 강원도로의 흡수 등을 희망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석탄공사는 문을 닫고 임직원은 모두 강제퇴직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합쳐진 광해광업공단은 통합 첫해인 2021년 반짝 흑자를 낸 뒤 2022년과 2023년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치솟았던 구리(동), 니켈 등 주요 광물가격이 제자리를 찾은 데다, 해외투자사업에서 돌발 변수가 끊이질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광해광업공단의 주요 프로젝트별 순손실은 멕시코 볼레오(동) 2606억 원,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니켈) 1698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올해 실적도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광해광업공단의 꼬브레파나마(동) 프로젝트는 22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주요 해외투자사업 중 나홀로 흑자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1월 말 파나마 대법원이 파나마 정부와 꼬브레파나마 측 간 광업권 계약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현지에서 광물을 캐는 작업이 중단됐다. 유일한 ‘금맥’이 막혀 버렸다는 얘기다.
광해광업공단이 당초 공언한대로 2026년까지 말까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대규모 적자 원인인 볼레오 광산 매각 등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광해광업공단은 “권순진 광물자원본부장이 3월 멕시코에서 잠재매수자의 사전 질의 내용 검토 등 현장실사를 준비한 데 이어 지난달 칠레에서 잠재매수자 및 매각주간사와 업무협의를 추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들어 구리가격이 톤(t)당 1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2년 만에 최고가를 쓰고 있어 매각가를 놓고 양측 간 이견이 예상된다. 광해광업공단은 빠른 매각과 동시에 헐값 매각 논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코가 석자’인 광해광업공단이 석탄공사를 온전히 품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아직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임직원들 간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기도 전에 제3의 기관과 통폐합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