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가자전쟁 종전 시위가 미 전역의 대학가로 확산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이란이 이를 이용해 대(對)미 여론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까지 나오자 11월 미 대선에 이들의 개입을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온라인 허위정보 추적업체 뉴스가드가 지난 2주 동안 중국, 러시아, 이란의 관영매체의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미 대학가의 시위 관련 기사만 400건 넘게 집계됐다.
미국 클렘슨대 언론 연구소 '미디어 포렌식 허브'의 대런 린빌 소장은 NYT에 "적들은 소금을 뿌리려고 한다"며 "우리가 더 많이 싸울수록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들 3국이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해 당파적 긴장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폄하하는 한편 미국이 국제 문제에 손을 떼는 고립주의를 선택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3국이 시위를 직접 조직하거나 폭력을 유발하려는 직접적인 시도는 포착되지 않았다.
실제로 3국은 시위에 대한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미국, 서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제기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경찰에 연행되는 여성 시위자의 사진과 이를 자유의 여신상으로 표현한 삽화를 게재하며 "미국 내 자유에 대한 투옥"이라고 적었다. 지난 1일에는 친이스라엘 시위와 달리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만 강경 진압하는 영상을 올린 뒤 "서방의 이중잣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28일 사설을 통해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이 미 전역의 학생 시위대를 향해 발사됐다"며 "학생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잔혹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위선을 폭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서방 매체를 사칭해 만든 트루스게이트는 친팔레스타인 시위 소식을 전한 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미 국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동맹국(이스라엘)을 돕느라 국내 문제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이제 상황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독일 싱크탱크 마샬펀드의 프렛 셰퍼 선임 연구원은 3국이 여론전에 나선 동기는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 미국의 평판을 손상시킴으로써 이득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