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 처리로 뜨거워진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냉각 경쟁에 나섰다. ‘열 받은’ 데이터 처리장치를 윤활유 일종이 액침냉각유에 직접 담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액침냉각이다. AI 기술의 전방위 접목에 따라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장을 선점하려는 정유업계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근 액침냉각유 관련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액침냉각유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에쓰오일 측은 다양한 시제품 라인업을 이미 갖췄고, 기술 개발 역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액침냉각유 시장에 뛰어든 업체로 SK엔무브와 GS칼텍스가 있다. 국내 선두주자인 SK엔무브는 2022년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 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규모 지분을 투자하며 관련 사업의 시작을 알렸고, 지난해에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사 액침냉각 기술을 실제 시현해 기술을 검증받았다. SK엔무브 관계자는 “(액침냉각 관련 SK) 그룹 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에 집중하면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인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협력업체들과 실증평가를 통해 제품 성능을 검증한 것이 특징이다.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나 전자제품, 배터리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향후 액침냉각을 기반으로 한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정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대규모 서버를 갖추는 산업이 많아지는 동시에 서버 하드웨어가 고도화되며 기기가 내뿜는 열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저장과 처리를 핵심으로 하는 서버는 전력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액침냉각은 차가운 공기로 열을 식히는 기존 공랭식 냉각 시스템보다 전력 효율이 높다. 공랭식은 데이터센터 총 사용 전력의 40%를 사용하는데, 액침냉각은 6%만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액침냉각유 시장은 고속 성장세에 올라탔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4400만달러(약 3316억원)에서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239억원)으로 ‘폭풍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ESS와, 전기차용 액침냉각유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SK엔무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선박 탑재 ESS용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GS칼텍스도 전기차와 ESS 윤활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