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오랑우탄이 스스로 약초를 발라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약초요법은 약초를 이용해 건강을 유지하는 대체의학이다. 약초요법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영장류가 약초를 이용해 자가치료를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실제로 포착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2일(현지 시간)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MPIAB) 이자벨 로머 박사팀은 인도네시아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Pongo abelii)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자 약초를 씹어서 으깬 후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수마트라섬 아체 남부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다가 2022년 6월 라쿠스(Rakus)라는 오랑우탄이 약초를 활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라쿠스는 2009년 처음 관찰된 오랑우탄으로 1980년대 후반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오른쪽 눈 아래가 깊이 파인 상처를 입은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이라는 약초를 씹어서 나온 즙을 상처에 7분 동안 반복해서 발랐다. 또한 상처 부위가 전부 덮이도록 잎을 바르고 30분 이상 이 약초를 먹기도 했다.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덩굴식물인 아카르 쿠닝은 항균, 항염증, 항진균,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약초다. 진통·해열·이뇨 효과가 있어 전통 의학에서 이질, 당뇨병, 말라리아 등 치료에 사용된다.
이후 관찰 결과에 따르면, 치료 5일 후부터 라쿠스의 상처가 아물더니 한 달 안에 완전히 치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라쿠스가 아카르 쿠닝을 다른 신체 부위에는 바르지 않고 30분에 걸쳐 상처에만 반복해서 바른 것으로 미뤄볼 때 의도적으로 약초를 이용해 얼굴 상처를 치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는 야생 동물이 약효가 있는 식물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에 대한 첫 보고라며, 이는 약초를 이용한 치료 행동이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