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T가 본 '민희진 현상'…"한국 여성들에게 민희진은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젊은 여성"

남성 상사 거침없는 비판에
한국 여성들 흥미 사로잡아
"우리도 매일같이 겪는 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K팝 내 가부장제와 싸우는 젊은 여성’,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국내 최대 K팝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갈등을 이같이 해석했다.


FT는 5일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민 대표의 최근 기자회견을 소개했다. 민 대표는 당시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FT는 “상위 100대 기업에 여성 임원이 6%인 나라에서 민 대표의 분노는 남성 상사에 대한 비판에 고취된 젊은 한국 여성들의 흥미를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31세 여성은 “민 대표가 겪는 일은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적 기업 문화에서 우리도 매일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 대표는 우리가 말하기를 꿈꾸던 것들을 소리 내서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민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말단 직원에서 이사까지 올랐고 하이브에서는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거쳐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대표가 됐다고 이력을 소개했다. 또 걸그룹 뉴진스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하는 등 성공했으나 그 이면에서 하이브와 관계는 악화했다고 사건을 요약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FT에 민 대표의 기자회견 패션이 뉴진스 멤버가 입은 옷과 흡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민 대표가 여론을 모으는 건 물론 자신과 뉴진스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하이브에 보낸 것”이라며 “그가 많은 젊은 여성에게 영웅으로 비치고 있어 하이브가 그를 다루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FT는 이번 하이브와 민 대표 간 분쟁에 대해 K팝 산업이 지난 10년간 성공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벌어졌다고 짚었다. 공교롭게도 하이브를 비롯한 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한 상태였다.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의 감사부터 민 대표의 반격,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와 창작 독립성·자율성 논란까지 짚기도 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FT에 “하이브는 산하 각 레이블에 대해 어느 정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