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도 업무의 연장…편도 160분 통학 마다않았죠"

고졸 생산직서 공학박사된 이종민 HD현대중공업 기원


“학업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노력 끝에 고졸 사원이었던 제가 지금은 박사 학위를 가진 사원이 됐습니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이종민(사진) 기원은 국내 최대 조선소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졸 생산직 근로자였던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올해 2월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낮에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몸소 실천해 고졸 출신 직장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기원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또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이론적인 지식을 겸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학 배경을 설명했다.


2006년 7급 기사로 입사한 그는 사내 승진 체계를 거쳐 현재는 기사보다 높은 직함인 4급 기원이다. 기원 직함은 최소 14년 이상 근무하며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을 때 얻을 수 있다. 그는 현대중공업 입사 전에는 창호 시공, 현대자동차 협력사에서 자동차 조립, HD현대건설기계 협력사 도장공 등으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기원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기 분야를 전공했지만 현대중공업 입사 전까지는 전기 분야와 상관없는 일을 했다”며 “그러다 현대중공업 협력사에서 전기 관련 일을 하게 됐고 이런 이력이 이어져 현대중공업에 입사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그가 했던 일은 선박 전기 의장품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 업무는 선박이 화물을 싣고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전기 장비를 설치하고 장비 간 전기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이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양의 전기 의장품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힘으로만 일하다 보니 무척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일하는 요령도 생기면서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내 모습을 봤습니다. 이에 세계 일등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에서 전기 의장품 설치에 관한 세계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고 이때 고등학교에서 끊겼던 학업을 이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업 정진을 새로운 목표로 삼은 이 기원은 울산과학대 전기과 야간 과정과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2010년에 전기공학사를 따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산업기사와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증 6개를 취득했다. 2015년에는 사내 기술교육원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 분야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2급을 공부해 2017년 자격증을 취득했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 기원은 2019년에는 안동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뒤 전기 분야 교육학을 공부해 2021년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석사 과정 대학원 교수의 제안을 받아 박사 과정에 진학해 올해 2월에는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낮에는 울산의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안동으로 넘어가 학교를 다니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기원은 “회사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2시간 40분 정도 걸려 장시간 운전을 하며 졸음을 이겨내야 했다”며 “학업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연차를 써가면서 학교를 다녔고, 빨리 업무를 마치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나의 상황을 이해해준 회사 상사 덕분에 마음 편하게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특히 공부하느라 주말이면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딸과 평소 집안일을 제대로 못 도와줘 거의 독박 가사를 해야 했던 아내에게도 미안한데 이런 나를 가족들이 잘 이해해주고 힘이 돼줬다”며 가족과 상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이 기원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며 “새로운 목표가 생겨도 쉽게 시작하기가 어려운데 과감하게 도전하고 처음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