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 피하주사(SC) 제형 치료제 바람이 불고 있다. 정맥주사(IV) 방식에 비해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투약의 편의성과 함께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196170)과 셀트리온(068270)이 SC제형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 의약품의 대다수는 정맥을 통해 치료제를 투입하는 IV 방식이다. 반면 SC는 짧은 바늘을 사용해 피부와 근육 사이 조직층에 약물을 주사한다. 자가주사형 당뇨병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SC제형은 IV에 비해 장점이 많다. 환자는 SC제형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IV는 약물을 빠르게 몸속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 4~5시간 동안 주사를 맞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SC는 집에서도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고 투여시간도 5분 이내로 짧다. 통증과 감염 위험도 IV에 비해 적다는 평가다. 특히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높다. 병원 입장에서도 IV 투여와 비교할 때 여러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약사들도 치료제를 IV 방식에서 SC제형으로 잇따라 바꾸고 있다. 투약의 편의성과 비용 절감으로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를 연장해 경쟁사 제품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머크(MSD)가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SC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알테오젠과 ‘ALT-B4’ 기술이전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LT-B4는 SC 제형 전환 플랫폼인 하이브로자임을 이용해 개발한 알테오젠의 독자적 기술이다. MSD는 키트루다가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그 전에 키트루다SC를 출시해 시장을 수성한다는 계획이다.
제형 변경을 통해 신약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에서 SC제형은 신약으로 허가 절차를 밟기 떄문에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짐펜트라)’를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알테오젠과 셀트리온이 SC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알테오젠과 셀트리온의 SC제형 방식은 차이가 있다. 알테오젠은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인 히알루로니다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인체 피하조직은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이 얽혀 있는데 히알루론산은 외부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지만 피하조직으로 약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의약품에 히알루로니다제를 섞으면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로 약물이 들어가 피하조직에 흡수된다.
셀트리온은 고농도 약물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SC 제형은 IV 제형에 비해 주사할 수 있는 약물의 양이 적어서 IV 제형과 동일한 효과를 내려면 약물의 농도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IV제형을 그대로 농축하면 점도가 높아져 서로 엉겨 붙는 문제가 발생해 안전성이 떨어지고 단백질 순도와 약효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은 단백질이 장기간 안전성을 유지하는 고농도 액상 제형을 개발해 SC 제형 변경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