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7곳, 불법 공매도 또 걸렸다

금감원, 1000억 규모 추가 적발
총 9개사 혐의액만 2000억 넘어
49개 종목 무차입…총 164개로 확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IB) 7곳에서 1000억 원 규모의 불법 거래 혐의를 추가로 적발했다. 지금까지 총 2000억 원 이상의 불법 정황을 파악한 금감원은 공매도 재개 전까지 다른 글로벌 IB 5곳의 위법 여부 조사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6일 금감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14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7개사가 49개 종목에 대해 1016억 원어치의 불법 거래를 한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기존에 불법 혐의가 발견된 2개사가 29개 종목에 대해 628억 원어치, 나머지 5개사가 20개 종목에 대해 388억 원어치의 불법 공매도를 진행한 정황을 찾아냈다.


기존에 불법 공매도 혐의를 받은 2개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노무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 1월에도 5개 종목에 대해 총 540억 원어치의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가 금감원에 적발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CS 싱가포르 법인과 한국 법인 등 2곳에 5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사전 통지서를 송부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행위의 대다수가 한국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운영자의 과실 등으로 발생한 무차입 공매도라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부터 내는 투자 행위로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분류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빈도 매매를 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스와프로 불리는 총수익교환(TRS) 거래를 할 때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직접전용주문(DMA) 방식으로 국내 주식을 매도한다. 글로벌 IB가 거래 대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일반 매도를 하지만 없을 경우에는 주식을 차입한 뒤 공매도 주문을 낸다. 이때 DMA로 낸 공매도 주문의 주체는 글로벌 IB가 된다.



반환확정 전 매도하고

차입수량 잘못 입력도







구체적으로는 2개사가 외부에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반환이 확정되기 전에 소유 주식으로 계산해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또 3개사는 요청 수량보다 적은 주식을 차입하거나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차입했다고 착오하고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미 자기 회사 다른 부서에 대여한 주식을 소유 주식으로 중복 계산한 잔액으로 매도 주문을 낸 경우, 차입 수량을 오입력하거나 보유 잔액을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미국계보다 유럽계 IB에서 혐의가 조금 더 많이 발견됐고 주로 잔액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며 “검찰 고발 여부는 고의성을 판단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국내 증시에서 불법 공매도 혐의가 포착된 글로벌 IB 수는 총 9곳, 매매 액수는 총 2112억 원, 대상 종목 수는 164개로 각각 늘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BNP파리바 홍콩 법인과 홍콩 HSBC가 110개 종목에 대해 556억 원어치의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BNP파리바와 HSBC의 사례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6일부터 국내 증시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국은 같은 해 12월 증선위를 거쳐 BNP파리바와 HSBC에 26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검찰은 올 3월 HSBC 홍콩 법인과 증권대차(SBL) 트레이더 등 3명을 불법 공매도 혐의로는 처음으로 재판에 넘겼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올 6월 이후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에 앞서 시장에 신뢰를 주기 위해 당분간 고강도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금감원은 현재 또 다른 글로벌 IB 5곳에 대한 불법 공매도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7개사에 대한 추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속히 제재 절차에 착수하고 나머지 5개사에 대한 조사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나아가 불법 공매도 조사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금융기관과 더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이달 열리는 홍콩 간담회에서 글로벌 IB에 당국의 방침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2022년 공매도 조사팀을 설치해 2년째 글로벌 IB 14곳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공매도 거래량은 외국인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을 구축하는 등의 관련 전산 체계 수립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함 부원장은 “공매도 전면 금지 연장은 금융위 소관”이라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