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골든위크'에 평일에도 '오픈런'…"관광객 2배는 늘어" 유통·레저 매출 쑥

中·日 연휴 겹쳐…방한 외국인 관광객 약 45만명 추산
홍대 앞 백화점은 '오픈런' 행렬…절반 가량이 외국인
명동 화장품 거리 북새통…"중국·일본어 가능자 우대"
국내 백화점·편의점·면세점 매출 일제히 20~30% ↑
호텔도 만실 "제일 비싼 스위트룸, 외국인이 예약해"

3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3일 오전 10시 58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AK플라자 앞. 평일인데도 오전 11시부터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인파 백여 명이 세 개 대열로 나뉘어 횡단보도 바로 앞까지 왁자지껄하게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곧이어 백화점 문이 열렸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밀려들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도 몇 분간 기다려야 했다. 인파를 통제한 보안요원은 “보통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렇게까지 줄을 서진 않는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많다”며 “체감상 절반 가량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인근 올리브영 점원은 “아무래도 외국인 손님들이 (내국인보다) 돈을 훨씬 많이 쓴다”며 “한 번에 30~40만 원씩 사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전했다.


원조 ‘관광의 메카’인 명동 역시 활기가 가득찬 모습이었다. 가게 직원들은 캐리어를 끌고 구경하는 관광객들에게 능숙하게 일본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며 응대했다. 화장품가게 점주 A씨는 “외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3개 국어 기본으로 다 할 줄 아는 사람 위주로 뽑고 있다”고 했다. 명동에서 세계과자할인점을 운영하는 B씨도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매출이 늘었다. 김을 맛보기로 주는데 호응이 높다”며 웃었다.


일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5월 1~5일)이 겹치는 ‘슈퍼 골든위크’ 기간을 맞아 백화점·면세점·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호텔·레저, 서울 내 주요 관광 상권이 코로나19 이후 최대 특수를 맞이했다. 슈퍼 골든위크 기간 동안 쇼핑 ‘큰손’인 외국인 관광객 약 45만 명이 한국을 찾으면서 업계의 2분기 실적 개선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특히 백화점은 이 기간 매출이 직전 같은 요일(4월 20일~25일) 대비 약 30% 가까이 뛰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 매출이 약 60%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37%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매출은 작년에 비해 약 309% 폭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특수 기간을 노리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일본 황금연휴 시작에 맞춰 지난 26일부터 ‘명동 페스티벌’을 진행 중이다.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명동 일대를 꾸미고,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K디저트 팝업스토어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직전 같은 요일(4월 20~25일)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알리페이 및 위쳇페이 프로모션을 열어 20만 원 이상 구매 시 상품권을 증정했으며, 이들이 많이 찾는 패션 브랜드에 대해서도 행사를 진행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장기 연휴 기간 내내 국내 주요 호텔은 만실을 기록했다. 제주신화월드와 파라다이스시티는 투숙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호텔 서울과 한화 더플라자 호텔의 경우 일본 투숙객 비중이 약 10~20% 가량 눈에 띄게 늘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골든위크기간까지 모든 객실이 만실”이라면서 “제일 비싼 스위트룸도 카지노를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으로 예약이 가득 찼다”고 귀띔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세븐일레븐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사진 제공=세븐일레븐

개별 관광객 증가에 따라 편의점도 매출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편의점은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고, 현지 문화와 음식을 즐기는 체험을 중시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실제로 슈퍼 골든위크 기간 중 CU와 GS25, 세븐일레븐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각각 32.2%, 29.7%, 10%씩 상승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패턴이 바뀌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고객의 소비 성향을 반영한 특화 매장 등을 확대해 외국인 관광객이 꼭 방문해야하는 대표 쇼핑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 역시 “엔데믹 후 한국 관광지 1위인 명동 상권을 비롯해 국내 주요 관광상권 매출이 연일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며 “내외국 모두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상품 종류를 외국인 입맛에 맞춰 늘리고 있으며, 쇼핑까지 가능한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8일부터 출시하는 등 서비스 제공도 확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모처럼 특수를 누렸다. 이 기간 롯데면세점 외국인 고객 매출은 직전 동요일(4월 20일~25일) 대비 약 23% 상승했다. 특히 중국인 고객 매출이 약 25% 크게 늘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일본인 고객 매출이 전주 대비 약 25% 성장했다.


다만, 여행객수 회복에 비하면 면세 쇼핑 활성화는 더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트렌드가 개별관광으로 바뀌면서 핫플을 찾아다니거나 맛집을 다니는 형태라 면세쇼핑 활성화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엔저 탓에 기대만큼 물건을 많이 사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슈퍼위크를 맞아 도쿄에서 5일간 여행온 시노(25) 씨와 아야노(24) 씨는 한국에 온 이유로 ‘미식’과 ‘쇼핑’을 꼽으면서도 “엔저 때문에 지갑 사정이 좋진 않다. 한국의 물가 자체도 비싼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