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한 위원회 등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 정부는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의 회의록은 모두 작성해서 보관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정부는 이러한 논의 과정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 입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정(醫政) 갈등에 따른 입장 차이는 여기서도 팽팽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회의록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시도했다. 박 차관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며 법원 요청에 따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회의의 명칭, 개최 기관, 일시와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회의록 작성을 규정했다.
다만 박 차관은 처음 회의록이 없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초기에 아마 답변이 조금 부정확하게 나갔던 것 같다”며 “혼선을 초래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했던 의료현안협의체는 양측 협의 하에 회의록 대신 보도참고자료와 사후 브리핑으로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당시 협의체에 참가한 전임 의협 집행부도 ‘보도자료로 회의록을 갈음하는 데 합의했다’고 확인했으나, 의협 측은 전임 집행부 합의사항을 알지 못한다며 회의록이 없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박 차관은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해 “정부와 의협 간 합의에 따라 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한 의료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했다며 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에서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녹취나 속기록을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모두발언 공개, 보도참고자료 배포, 사후브리핑 등을 통해 기자단에 공개했으며,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상 회의록 작성에 준하는 내용을 공개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배정위원회 역시 현행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의협이 협의체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노조, 기타 환자단체 등 여러 의견을 듣고 2000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을) 의사협회와 미리 사전에 상의하고 동의 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2000명 언급이 없으니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해당 회의들에 회의록이나 보도참고자료 외에 녹취나 속기록이 남아있는지에 대해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속기록까지는 작성이 안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기록까지 만들 정도로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요구하는 회의도 아니다”며 “회의록에 통상 발언 요지와 결정사항을 정리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회의 직후 바로 작성·보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의료계는 초반에 회의록이 없다고 알려졌던 만큼 믿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어디에서 회의록을 가져다가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그 회의록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 등을 직무 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보정심이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이고,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