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복용할 때 위염 등 치료에 쓰는 위산억제제를 함께 사용할 경우 항생제가 잘 듣지 않고 사망률도 높은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8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달 미생물학 분야 최상급 전문학술지인 ‘장내 미생물(Gut Microbes)’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위산억제제와 항생제를 함께 쓸 경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 전파를 활성화함으로써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증(CRE)’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CRE는 항생제 내성에 따른 세균감염증 중 하나로 치료 약제는 제한적인 반면 혈액에 세균이 침투하게 되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긴급한 항생제 내성 위협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을 보균하게 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총 282명의 임상 정보를 분석했다. 이 중 98명의 분변 검체를 확보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동시에 처방받은 환자군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전파가 활발히 일어났고, 자연히 CRE 발병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동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CRE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위산 억제제 과다 사용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줘 CRE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항생제와 동시 처방하는 일은 주의해야 함은 물론 적정 사용 전략을 마련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