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휴식공간에 파크골프장 안 돼”…동작구 구장 추진에 깊어지는 주민 갈등

서울 동작구 파크골프장 신규 조성 놓고 주민 반발 커져
“다른 구장 포화 상태” VS “일부 위한 공간 안돼”
녹지 대신 유휴 공간, 지방과 협력 조성 등 대안 찾아야

서울 동작구에서 파크골프장 신규 조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동작구는 매번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주민들을 위한 조성이라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일부 동호회원을 위해 휴식공간을 내어줄 순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어깨동무 취재를 종합하면 동작구는 지난해 말 대방공원 잔디광장 부지에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이 계획을 공식화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구장 조성을 반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공원 주변에는 ‘파크골프장 절대 안 된다’ 등의 현수막이 여러 개 달렸다.



대방공원 주변에는 ‘파크골프장 절대 안 된다’ 등의 현수막이 여러 개 달렸다. 정예지 기자

구장 신규 조성 둘러싸고 갈등 고조되는 동작구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안전사고 우려,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상의 문제 등을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 파크골프장 예정 부지인 대방공원 잔디광장 인근에는 성남고, 숭의여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왕복 2차로 건너편 대방대림아파트에는 1600세대가 거주한다. 이 때문에 구장에서 경기 중에 공을 맞힐 때 나는 ‘딱’ 소리나 동호인들의 환호 등이 학교 수업이나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장에서 쓰는 공에 맞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장 조성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지자체의 의견수렴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동네에 10년 넘게 살았는데 파크골프장 반대 현수막을 보고서야 동작구가 조성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반면 이 지역 파크골프 동호인들은 구장이 꼭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서울의 파크골프 회원 수는 최근 4년 새 294% 급증했다. 인구 대비 동호회원 수가 대구·경남·경북 등에 비해 아직 적은 만큼 당분간 증가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장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원이 9949명인 강원에는 36곳의 파크골프장이 있으나 회원 수 8660명인 서울은 12곳에 그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구장을 보유한 곳은 강서·영등포·송파·중랑 등 9개 자치구에 불과하다.


동작구 동호인들의 경우 인근의 다른 구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동작구의 한 파크골프 동호인은 “조성된 기존 구장들은 넘쳐나는 동호회원들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를 지경”이라며 “다른 지역에 가서 눈치를 보며 원정 파크골프를 치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구장 조성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2차 주민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진 계획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구장 조성을 둘러싼 대립은 서울의 다른 자치구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호회원이 계속 늘어날수록 운동을 즐기려는 이들의 구장 조성 요구와 이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대문구는 지난해 백련산 인근의 백련공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사업을 접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서울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구장 조성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총선 기간 주민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얘기가 ‘파크골프장을 늘려 달라’였다”며 “그만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데 어떻게든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청장도 “구장을 늘려 달라는 요구는 많은데 마땅한 부지가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른 구청장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녹지 대신 다른 여유 공간 검토, 지역 교류 통해 해결도 대안


일각에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밀화된 서울에서 운동시설을 꼭 녹지에 조성하려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에는 최근 스케이트보드 공원이 들어섰다. 스케이트보드 붐을 반영해 공간을 마련한 것인데, 특이한 점은 열차가 다니는 역사 아래 남는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방치된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소음, 고함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국내에도 여유 공간을 활용해 스포츠시설을 만든 사례가 있다. 지난 2020년 성북구 종암동에 들어선 종암박스파크가 그 예다. 이곳에는 다목적체육관, 생활체육실, 족구장 등이 들어섰다. 이에 미뤄볼 때 정식 규격의 파크골프장 조성은 어렵더라도 연습장이나 실내스크린파크골프장 등은 검토해볼 수 있는 셈이다. 서울에는 155만 4700㎡(2019년 기준)의 고가 하부공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수도권 지자체와 협력해 구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있다. 도시와 지역 지자체들이 상호 자매결연을 하고 교류하듯이, 지역의 폐교나 유휴부지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을 짓자는 것이다. 김제규 삼대파크골프 대표는 “도시 지자체들은 구장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고 지역 지자체는 도시의 동호인이 방문해 지역 매장, 식당 등을 이용함으로써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집단 간 갈등으로 몰면 위험…공간 독점 자제해야”


무엇보다 구장 조성을 두고 세대 또는 집단 간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작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 가운데에는 “공원을 극히 일부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지 마라”거나 “주민들이 동작구파크골프협회보다 세금을 내도 더 냈고 투표도 더 많이 했는데 쉼터를 빼앗지 마라”는 식의 글이 올라와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보이는 모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우리 지역에 우리들이 쓰는 구장이니 다른 지역 사람들은 출입을 막아 달라”거나 “협회원 외 출입 금지”, “노인들이 치는 구장이니 젊은이들은 오지 마라”는 식의 대응 때문에 동호회원과 다른 주민 사이에 잡음이 이는 곳이 적지 않다. 파크골프 업계 관계자는 “파크골프가 현재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어른아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인 만큼 가족,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일부만 독점하려고 한다면 추후에는 동호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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