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만큼은 공휴일로 지정됐으면 좋겠어요.”
성인 절반가량이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듭 나왔다. 지난해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또 다시 목소리를 냈다.
윤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내가 작년에 발의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면서 “핵가족화로 퇴색돼가는 부모님과 어르신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을 일깨우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절반가량이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도 지정하길 바란다는 결과가 있다”며 “이는 제헌절이나 국군의 날보다 2∼3배가량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 (SK컴즈)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최근 성인남녀 9482명을 대상으로 ‘쉬는 날로 지정됐으면 하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4662명)가 ‘5월 8일 어버이날’이라고 답했다.
국회에서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노력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른 이유로 지정이 불발됐다.
첫 시도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양 의원은 “‘대체공휴일 제도’와 함께 논의를 하다 보니 처리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법안은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후로도 관련 법안은 현 21대 회기까지 꾸준히 등장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7·18대 대선 후보 시절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찬성과 반대 여론이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쉬게 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장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히고 공약을 철회했다.
국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찬성 측에서는 ‘연이은 휴일 확보’,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지만 ‘노동 생산성 하락’, ‘경제적 부담’ 등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적잖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 설문 관련 댓글에도 ‘부모님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휴일이 꼭 있어야 한다’, ‘어버이날 만큼은 공휴일로 했음 좋겠다’ 등 찬성 의견이 제기됐지만 ‘어버이날이 공휴일 되면 친정갈지 시댁갈지 싸움 날 것’, ‘이미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반대 의견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찬반이 갈리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여부 대신 ‘가정의 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안도 제시됐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2004. 2. 9. 제정 2005. 1. 1. 시행)은 매년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면서 5월15일을 ‘가정의 날’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정기념일로 두고 있진 않다.
이민영 가톨릭대 법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행법을 근거로 ‘가정의 날’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가족 형태와 가정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5월에 있는 ▲어린이날(5일) ▲부부의 날(21일) ▲성년의 날(5월 셋째 월요일) ▲어버이날(8일)을 ‘가정의 날’로 통합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날·어버이날 등을 딱 공휴일로 지정하기보다는 주중 월‧금요일 중 하루를 ‘가정의 날’로 통합해 유동적으로 쉬는 방안”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