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회계 공시제가 도입 2년차에 불구하고 노조 스스로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유도하는 순효과를 낳고 있다. 다만 수입 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규모가 커 노조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8일 고용노동부 발표한 노조 회계공시 중간 결산 결과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회계를 공시한 567개 노조 및 산하조직의 2023년 당기수입은 6222억 원으로 전년 6159억원 대비 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지출은 6000억 원에서 6139억 원으로 2.3% 늘었다.
이로 인해 567개 노조 및 산하조직의 수입과 지출 차이는 2022년 159억 원에서 2023년 83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입과 지출 차이가 줄어든 상황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노조가 당해 번 돈을 당해 다 쓰려는 유인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노조 회계 공시제 도입 이유인 투명한 노조 재정 운영 효과와 맥이 닿는다. 내년 노조 운영을 대비해 쓰지 않은 충당금도 2022년 4731억 원에서 2023년 4729 억 원으로 비슷했다.
그동안 대부분 수입을 조합비에 의존하던 노조의 수입 방식도 다변화됐다. 작년 노조의 수익사업수익은 1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노조의 수익사업은 임대사업 등이 포함된다.
반면 노조의 재정 자립도가 나빠졌다는 점도 확인된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늘어난 데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수입은 55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60.9%나 급감했다. 매해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늘어야 할 인건비도 1131억 원에서 1062억 원으로 6.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노조의 재정 상황은 더 나쁠 가능성이 우려된다. 노조 회계 공시는 조합원 수 1000인 이상인 경우만 공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공시를 하지 않아 작년 상황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며 “전체 수입과 지출 차이가 줄어든 상황은 재정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