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빌딩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의대생 최 모(25)씨가 구속됐다. 범행 도구를 미리 구매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계획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 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최씨는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했을뿐더러 경동맥 등 급소를 찔러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자창에 의한 실혈사’로 확인됐다. 흉기에 찔려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인데 살인이 문제될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계획성이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달 6일 경기도 화성에서 미리 범행 도구인 흉기를 구입하고 서울로 와 A씨를 범행 장소인 건물 옥상으로 불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 옥상은 평소 문이 열려 있고 별다른 제지가 없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했던 공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최씨의 ‘신상 털이’가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날 체포 직후 최씨가 서울 소재 유명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씨의 개인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특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최씨의 이름, 학교 등 개인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앞서 ‘수능 만점자’로 이름을 올린 언론 보도와 그가 작성한 합격 수기 등이 누리꾼들에 의해 게시되기 시작했다.
최씨가 재학 중인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최씨의 평소 평판 등에 대한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익명의 한 게시자는 “이미 기수 열외된 XXXX 한 명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냐” “난 현재 본과 4학년인데 (최씨가) 지난해 실습 때 다른 사람들한테 있는 대로 피해 끼치고 다녀서 사람 취급 못 받았다” 등 폭로를 이어갔다. 이 외에도 최씨의 메신저 아이디까지 확산되며 개인정보 유포가 지속되고 있다.
최씨와 같은 의대를 다닌 B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래 졸업을 했어야 하는 학번인데 유급을 해서 현재 졸업 학년인 것으로 안다”며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